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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몸값 폭등, 정말 욕먹을 일인가

2년 연속으로 FA 최고 금액이 나왔다. 1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 나오고 있는데, 100억원이 나와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다. 공식 발표 금액과 상관없이 최 정, 윤성환의 경우 실제 금액이 100억원 이상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시장 규모에 비해 과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있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넥센 히어로즈를 제외한 모든 구단이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합리성이 떨어지는 금액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금액이 크다고 욕할 일은 아니다.

과도한 선수 몸값을 걱정하면서도 계약이 이어지고, 경쟁도 치열하다. 결국 수요가 많은데 공급량이 제한돼 있다면 가격은 뛰게 돼 있다. 야구 선수, 특히 수준급 경기력을 갖고 있는 선수는 희소성이 있다. 특급 FA가 대체불가능한 자원이기에 구단들이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야구 선수를 일반 샐러리맨과 비교한다는 건 넌센스다. 투자대비 효과는 별개의 문제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구단이 거액을 투자한다는 건 그만큼 프로야구가 매력적이라는 증거다. 현재 시장 규모만 따져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금액인데, 모기업에서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매출액 규모, 순익에 상관없이 야구단은 그룹 이미지를 제고하고, 홍보하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지속적으로 구단 자립을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모든 팀이 반드시 히어로즈 모델을 따를 필요는 없다. 모기업 형편에 맞게 팀을 운영하면 된다. 그렇다고 KBO(한국야구위원회)가 개입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오히려 크게 뛴 FA 몸값이 프로야구 발전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야구계에서는 2002년 한-일월드컵의 영향으로 우수 자원이 축구쪽으로 몰렸다는 얘기를 한다.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스포츠 유망주들이 야구가 아닌 축구에 몰렸다고 본다. 현재 이들이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축으로 한국축구를 이끌어가고 있다.1980년대 후반에 태어난 이청용 기성용 구자철 등이 이 세대에 해당한다.

프로 스포츠에서 돈만큼 확실하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게 있을까. 프로야구 선수의 높아진 대우가 스포츠 유망주들에게도 꿈을 심어줄 수 있다. 직업의 위상이 올라가고, 주목도가 높아질수록 우수한 자원이 몰린다. 고시에 수재들이 몰리고, 취업준비생들이 대기업에 입사하고 싶어하는 이유가 있다. 선수 몸값이 화제가 되고 이슈가 되면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은 높아진다. 10년 후에 최고의 자원이 프로야구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기대해 보자.

다소 정체된 듯 하지만 프로야구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번 시즌 KIA 챔피언스 필드가 개장한데 이어, 대구에 메이저리그식 최신형 구장이 올라가고 있고, 국내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돔이 내년 중반기에 문을 연다. 프로야구의 성장 잠재력이 크기에 이런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내년 시즌 부터 10개 구단 체제로 리그가 운영되고, 경기 수가 128경기에서 144경기로 늘어난다. 지속적으로 흥행을 기대할 수 있는 호재가 많다.

지금 상황이 과열됐다고 하는데, 시장 논리에 따라 점진적으로 합리적인 지향점을 찾으면 된다. 분명한 건 야구팬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