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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내년도 '병목예산' 어떻게 교통정리했나

여야가 28일 진통 끝에 내놓은 원내대표 합의문은 큰 틀에서 정부·여당의 예산안을 따르되 야당의 요구를 적절히 반영한 수준에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평가된다.
먼저 예산정국 파행을 부른 대표적인 '병목예산'인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지원) 예산에 대해 "정부는 2015년도 누리과정 이관에 따른 지방교육청의 재정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순증액 전액 상당의 대체사업 예산을 확보한다"며 국고를 통한 우회 지원에 합의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요구한 대로 내년도 예산 순증액 5천233억원(정부 추산)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합의문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순증액 전액의 지원계획을 견인함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당초 새누리당은 '5천233억원의 전액 부담에 합의한 바 없다'며 국가 재정을 고려해 2천억∼5천억원 정도로 증액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로써 누리과정 예산의 국고 지원액은 대략 5천억원 정도로 확정될 전망이다.
'서민증세'와 '부자감세' 논란을 촉발한 담뱃세 및 법인세와 관련해서는 정부·여당안을 골자로 야당안이 일부 가미되는 정도로 합의가 이뤄졌다.
우선 담뱃값 인상폭은 새정치연합의 대안(1천∼1천500원 인상)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정부 원안인 2천원으로 확정됐다.
대신 담뱃세에 포함된 각종 세목을 일부 조정함으로써 지방 재정 확충과 안전 재원 확보라는 야당의 주장을 우회 반영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담뱃값 인상분 2천원의 약 30%에 해당하는 594원을 국세인 개별소비세로 부과할 방침이었으나, 개별소비세 부과분 중 20%를 지방에 교부하는 소방안전교부세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이번에 신설된 소방안전교부세를 2천억∼3천억여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취약한 지방자치단체 소방안전시설 확충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그럼에도 개별소비세의 소방안전교부세 전환 규모가 새정치연합에서 요구한 '50% 이상'이 아닌 '20%'로 정해져 여당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결과로 자평하는 분위기다.
법인세의 경우에도 ▲ 법인세율 인상 ▲ 최저한세율(법인이 내야 할 최저 세액에 대한 세율) 인상 ▲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 혜택 축소 등 야당의 3대 요구안 중 비과세·감면 혜택 축소에 대해서만 일부 수용돼 여당이 선방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여야는 법인세 비과세·감면 항목 중 '대기업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기본공제 폐지', '대기업의 R&D(연구개발) 세액공제의 당기분 공제율 인하'에 대해서만 합의해 5천억여원의 법인세 인상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R&D 세액공제 공제율은 1%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아울러 국군부대의 소말리아해역 파견연장동의안과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그밖에 국회 본회의에 계류 중인 각종 의안을 다음달 2일 본회의에서 예산안과 함께 처리키로 해 새누리당으로서는 앓던 이를 한꺼번에 뺀 셈이 됐다.
다만 새정치연합은 현행 국민체육진흥법에서 회원제 골프장 입장객에 대한 부가금 징수 조항을 개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포함시켜 정부의 골프장 부가금 폐지 시도를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여당에서 요구하는 공무원연금 개혁, 야당에서 촉구하는 이른바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사업) 비리' 국정조사 등의 현안은 다음달 9일 정기국회 회기가 종료된 후 여야 당대표와 원내대표 연석회의를 통해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으나 양당 간 이견이 팽팽해 연말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firstcircl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