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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재활용' 넥센, 스나이더까지 성공할까

아무리 메이저리그 경력이 화려하다고 해도 적응력이 떨어지면 의미가 없다. 또 제 기량을 발휘해줄 때까지 오랜 시간 기다려줄 수 없는 게 외국인 선수다. 한국 프로야구 경험이 불확실성을 줄여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판단 자료이다. 이런 면에서 이미 한국 프로야구를 경험한 선수를 성공적으로 '재활용'해온 히어로즈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앤디 밴헤켄-헨리 소사로 강력한 '원투펀치'를 구축한 넥센 히어로즈가 외국인 타자 비니 로티노 대신 올 시즌 LG 트윈스에서 활약한 브래드 스나이더(32)와 계약했다. 외국인 투수 둘과 재계약을 추진하면서 타자만 교체한 것이다. 스나이더의 LG 재계약이 무산되자 히어로즈가 빠르게 움직였다. 외야수에 좌타자인 스나이더가 한국 프로야구에 적응을 마쳤고,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다고 봤다. 아무래도 잔류 의지가 큰 선수가 소속팀과 재계약에 실패했다면, 합리적인 수준의 몸값으로 계약이 가능하다.

조쉬 벨의 대체 선수로 지난 7월 트윈스에 합류한 스나이더는 페넌트레이스 때 큰 실망을 안겼다. 37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1푼, 4홈런, 17타점.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적도 있고, 시즌 후반에는 대타로 나섰다. LG가 기대했던 그 외국인 타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타율 4할6푼7리(15타수 7안타), 1홈런, 3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더니,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타율 4할(15타수 6안타), 1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가을 남자' 스나이더의 두 얼굴이 LG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과연 스나이더는 히어로즈에서 성공시대를 열어젖힐 수 있을까. 이전 사례가 기대를 하게 만든다.

2011년 부터 지난해 까지 3년 간 히어로즈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브랜든 나이트는 삼성 라이온즈가 접은 카드였다. 일본 프로야구 다이에 호크스,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아시아 야구를 접한 나이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해 이름을 알린 뒤 2009년 삼성에 입단했다. 2009년 6승2패(평균자책점 3.56), 2010년 6승5패(평균자책점 4.54)를 기록한 나이트는 재계약에 실패하고 무릎 수술을 받았다. 히어로즈는 삼성에 나이트의 임의탈퇴를 요청해 영입했다.

2011년 30경기에 나선 나이트는 7승15패(평균자책점 4.70)를 기록했다. 무릎이 정상으로 돌아온 2012년에는 16승4패, 평균자책점 2.20으로 다승 2위, 평균자책점 2위,투구 이닝 1위(208.2이닝)에 올랐다. 그해 최고의 투수는 누가 뭐라고 해도 나이트였다. 그는 지난해에도 12승(10패·평균자책점 4.43)을 거두며 1선발 역할을 했다. 삼성에서 2년 간 12승(7패)에 그쳤는데, 히어로즈에서 4년 동안 36승(21패). 삼성 시절의 나이트를 눈여겨봤던 히어로즈의 선택이 큰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나이트의 대체 선수로 지난 5월 말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소사도 마찬가지다. 2012년 KIA 타이거즈에 입단해 9승8패(평균자책점 3.54), 지난 해 9승9패(평균자책점 5.47). 제구력 난조로 위력적인 빠른 공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타이거즈는 고심 끝에 재계약을 포기했고, 소사는 시즌 초 마이너리그를 맴돌았다. 나이트의 부진으로 고민하고 있던 히어로즈는 과감하게 소사 영입을 결정했다. 물론, 히어로즈는 마이너리그의 소사가 지난해보다 제구력이 잡혔다는 점을 고려했다.

올시즌 20경기에 선발 등판한 소사는 10승2패, 평균자책점 4.61을 기록하며 히어로즈 선발진에 힘을 불어넣었다. 초반에 2패로 몰린 소사는 이후 10연승을 거두며 승률 8할3푼3리로 승률왕에 올랐다. 2년 간의 한국야구 경험, 새 팀 히어로즈가 심어준 강력한 동기부여가 성공의 바탕이 됐다.

스나이더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으면서 넥센과 LG, 두 팀의 인연이 더 흥미롭게 됐다. 최근 3년 동안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박병호와 서건창 모두 LG 시절에 별다른 활약을 못 보여주다가 히어로즈에서 잠재력이 폭발한 선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