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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KIA-두산, 연습경기 혈투 끝 무승부

새 감독들의 의욕과 열정이 선수들을 끓어오르게 만든 것일까.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가 도저히 마무리캠프 연습경기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열전을 펼쳤다.

KIA와 두산은 21일 일본 미야자키현 휴가시 오쿠라가하마 구장에서 열린 연습경기에서 9회까지 팽팽한 접전을 펼친 끝에 6-6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마무리캠프 연습경기'답지 않았다. 패기와 승부욕이 넘치는 포스트시즌 결승무대를 연상케했다.

보통 프로야구단의 마무리캠프는 2군 선수 위주로 치러진다. 시즌을 정리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대주를 찾기 위한 성격이 짙다. 잠재력은 있지만, 실력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물들이 많다. 그래서 간혹 비슷한 지역에 있는 프로팀끼리의 연습경기는 맥빠지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승패의 의미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감독들은 여러 선수를 기용해보면서 실전에서의 모습을 체크하곤 한다.

그런데 이날 연습경기는 좀 달랐다. 1회초부터 9회말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나오는 순간까지 긴장감이 맴돌았다. 양팀 모두 선수들의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경기장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양팀 벤치에서는 파이팅이 터져나왔다.

KIA가 1회말 두산 선발 박종기를 상대로 대거 5점을 뽑아낼 때만 해도 일방적인 경기가 예상됐다. KIA는 4안타 1볼넷에 상대 실책 1개를 묶어 5-0으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2회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2회에 마운드에 오른 두산 좌완투수 진야곱은 5회까지 3이닝 동안 1안타 1볼넷만 허용하며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삼진은 5개를 곁들였다.

그 사이 두산은 3회와 4회에 1점씩 착실히 따라붙었다. 이어 2-5로 뒤진 7회초 선두타자 홍재용과 후속 장민석의 연속안타와 박건우의 내야 땅볼, 최주환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뽑아 4-5로 따라붙었다.

기세를 탄 두산은 8회초 2사 1루에서 연속 대타작전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1군 주전멤버로 이번 마무리캠프 참가를 자원한 민병헌과 정수빈이 대타로 나와 각각 중전안타와 2타점짜리 좌전 적시 2루타를 쳐냈다.

그러나 KIA의 반격이 곧바로 터져나왔다. 5-6으로 역전당한 8회말 선두타자 백용환이 우중간 2루타를 치고 후속 서용주의 우익수 뜬공 때 3루까지 갔다. 이어 이호신이 좌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동점에 성공한 KIA는 9회말 1사 1, 2루의 끝내기 찬스를 잡았지만, 박찬호와 최용규가 각각 삼진과 2루 땅볼로 아웃되며 동점에 만족해야 했다.

흥미진진한 접전을 펼친 두 팀은 시즌 뒤 모두 젊은 새 감독을 영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KIA는 김기태 감독, 두산은 김태형 감독에게 새로 지휘봉을 맡겼다. 두 감독들은 각자 새 팀에서 치르는 첫 번째 캠프를 열정적으로 지휘하고 있다. 선수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도 비슷하다. 이런 감독들의 열정은 KIA와 두산 선수들을 서서히 바꿔놓고 있다. 뜨거웠던 연습경기에서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휴가(일본 미야자키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