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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박병호의 가을 쓸쓸히 지나갈 것인가

넥센 히어로즈 홈런타자 박병호의 가을이 이렇게만 흘러갈 것인가.

넥센은 지난해 창단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올라 두산 베어스와 준플레이오프를 치렀다. 박병호는 5차전까지 가는 접전 속에서 2개의 홈런을 치며 중심타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당시 넥센은 2승3패로 무릎을 꿇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생애 처음으로 가을잔치 무대를 밟은 박병호는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드러냈다.

1년이 지난 요즘, 박병호는 조금은 다른 처지에 몰렸다. 넥센은 창단 이후 처음으로 페넌트레이스 2위를 차지하며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NC 다이노스를 꺾은 LG 트윈스와 치열한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박병호는 아직 뚜렷한 활약을 펼쳐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30일 잠실에서 열린 3차전에서 팀은 6대2의 완승을 거뒀지만, 박병호의 공헌도는 눈에 띄지 않았다. 4타수 1안타를 기록했을 뿐이다. 이번 플레이오프 들어 3경기에서 11타수 2안타(타율 0.182)를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이 한 개도 없다. 5번타자 강정호가 이날 3차전에서 선제 홈런포를 터뜨리며 감을 찾은 것과 달리 박병호는 삼진 2개를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삼진 두 개 모두 3구에 당한 것이었다.

1차전에서는 볼넷 1개를 얻고 3타수 1안타, 2차전에서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3경기를 치르는 동안 삼진을 5개나 당했다. 페넌트레이스가 끝나고 열흘간 준비를 하는 동안 페이스가 처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타격감이라는게 사이클을 타기 마련이기 때문에 특별한 원인을 찾기는 힘들지만, 지금은 시점이 좋지 않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의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이날 3차전에서 염 감독은 2번을 치던 이택근을 7번 타순으로 내렸다. 앞선 두 경기에서 9타수 무안타의 부진을 보인 이택근을 편하게 해주기 위함이었다. 대신 2번에는 로티노를 기용했다. 염 감독의 카드는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3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4번타자 박병호의 타순을 옮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날 경기후 염 감독은 "박병호는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다. 병호한테 이렇게 얘기했다. 작년에 팬들이 기억하는 건 5차전 9회 투아웃에서 스리런 홈런을 친 것 뿐이다. 지금까지 못한 걸 잊어버려라. 4차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 기억에 남을 것이다. 내일 잘 할 거라 생각한다"며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염 감독의 말대로 박병호는 지난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9회말 니퍼트를 상대로 동점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당시 넥센은 연장 13회 끝에 5대8로 패했지만, 박병호는 결정적인 순간 때려낸 홈런포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넥센은 남은 2경기에서 1승만 추가하면 대망의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 박병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