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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김기태' 효과?, 다시 뛰는 최희섭 마무리캠프 참가 자청

KIA 타이거즈에 '김기태 효과'가 벌써 나타나는 것일까. 베테랑들이 움직인다.

특히 존재감 마저 희미해져가던 '거물'이 다시 몸을 일으켰다. 새로운 각오를 담아 머리도 짧게 밀었다. 그리고 선언했다. "다시 한번 도전하겠습니다. 기회를 주십쇼."

한때 KIA를 상징하던 간판타자였던 '빅초이' 최희섭(35)이 새로운 의욕을 담아 훈련에 나섰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구단을 찾아가 "일본 마무리 캠프에 참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말을 했다. 원래 참가 명단에도 없었고, 선수단도 이미 캠프로 떠난 상황. 하지만 구단은 최희섭의 강한 결의를 받아들였다. 일본행 티켓을 준비해줬다. 김기태 감독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상 '빅초이'의 마지막 도전이다. 최희섭은 지난해 9월27일 왼쪽 무릎 연골수술 이후 완전히 그라운드에서 사라졌다. 원래 계획은 수술 후 재활을 완료한 뒤 올해 2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계속 통증이 남아있어 캠프에 참가하지 못했다.

시즌이 시작된 후에도 최희섭의 '재활'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2군 경기에조차 나서지 않은 채 재활군에 머무르는 시간이 무한정 길어졌다. 그러면서 전임 선동열 감독도 아예 최희섭을 전력에서 배제했다. 최희섭도 이런 상황이 되자 야구에 대한 열의를 크게 잃었다.

하지만 상황이 전면적으로 바뀌었다. 새롭게 김기태 감독이 팀의 지휘봉을 잡게 된 것이다. 김 감독은 과거 LG 사령탑 시절 베테랑들과의 소통과 신뢰를 중요하게 여겼다. 결국 베테랑들이 힘을 내야 팀이 단단해진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철학이 KIA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최희섭도 이런 김 감독이 주도할 팀 분위기의 변화에 기대를 걸고 다시금 야구에 대한 열정에 불씨를 당긴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내년 시즌에는 팀 타선의 공백이 크다. 김선빈-안치홍 키스톤 콤비가 동반 입대했기 때문. 또 4번 나지완도 최근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았다. 가벼운 수술이지만, 재활과 훈련 성과에 따라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이런 위기 상황이 실제로 닥친다면 최희섭이 충분한 대안으로 등장할 만 하다.

최희섭은 냉정히 말해 2010년 이후 지난 4년간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0년 126경기에 출전해 2할8푼6리에 21홈런 84타점을 기록했지만, 이후 단 한 번도 이에 버금가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80경기 이상을 소화한 적이 없고, 시즌 최다홈런은 지난해에 기록한 11개 뿐이다. 특히나 올해는 1군은 물론, 2군에서조차 아예 단 1경기에도 나오지 못했다.

냉정히 말해 이 정도라면 '선수 은퇴' 수순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게 맞다. 최희섭도 사실 지난해 부상 이후 올해 힘든 시기를 겪으며 야구에 대한 열정을 많이 잃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광주일고 10년 선배인 김기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새로운 KIA'에서 마지막으로 명예회복을 노리겠다는 각오를 했다.

KIA 관계자는 30일 "어제 최희섭이 구단을 찾아와 다시 한번 열심히 훈련을 할테니 마무리캠프에 참가시켜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김기태 감독님께 보고드렸더니, 아무 말씀없이 고개만 끄덕이시더라. 잠정적으로 수락하신 거라고 판단해 최희섭의 일본행 비행기표를 예약해뒀다"고 밝혔다. 과연 'KIA 김기태 호'에서 최희섭은 새롭게 부활해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까. 결국은 최희섭 본인의 노력에 달려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