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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대포쇼'로 서울을 평정하다

대포는 녹슬지도, 침묵하지도 않았다.
리그 최고의 '홈런 군단' 넥센 히어로즈가 막강 장타력을 앞세워 서울을 평정하고 이제 대구로 발걸음을 옮긴다.
넥센은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치러진 LG 트윈스와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5전 3승제) 4차전에서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넥센다운' 경기로 12-2 대승을 거두고 전적 3승 1패로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넥센은 2-2로 맞선 5회초 김민성의 좌중간 3점 홈런으로 승기를 잡았고, 7회초 강정호의 좌월 2점 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사상 최초의 한 시즌 200안타의 서건창과 11년 만의 50홈런을 때려낸 박병호, 유격수 최초 40홈런의 강정호가 포진한 넥센은 자타공인 리그 최강 타선이다.
정규리그 팀 홈런 199개로 압도적인 1위다. 반면 LG는 팀 홈런 90개로 9개 구단 최하위다. 극단적인 예로 LG의 팀 홈런 개수는 박병호(52개)와 강정호(40개), 두 선수의 홈런을 합친 것보다도 적다.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등록된 선수 가운데 넥센은 20홈런 이상을 쏘아 올린 타자만 4명에 이르지만, LG는 한 명도 없다.
넥센은 플레이오프에서 최대 장점인 화력을 얼마나 극대화하느냐가 승리의 열쇠였고, 반대로 LG는 넥센의 대포를 얼마나 봉쇄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었다. 두 팀의 승부는 그래서 '창'과 '방패'의 대결로 불렸다.
넥센은 홈인 목동구장에서 열린 1~2차전에서 자신의 시원한 장타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2차전까지 홈런 2개(윤석민, 유한준)를 기록했지만, 정규시즌에서 보여줬던 폭발적인 파괴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문제는 3~4차전을 잠실에서 치러야 한다는 점이었다. 목동구장의 경우 홈플레이트에서 가운데 담장까지 거리는 118m, 좌우 펜스까지는 98m다. 이에 반해 잠실구장은 펜스까지 거리가 좌우 100m에 가운데 125m에 이른다.
넥센이 팀 홈런 1위 팀이지만 잠실구장에서는 이런 강점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고, 장타력이 부족한 LG가 오히려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LG의 마무리 투수 봉중근은 이런 점을 들어 "목동은 공이 뜨기만 해도 긴장이 된다"며 "하지만 잠실에서는 넥센 타자들이 그렇게 무섭지 않다"고까지 했다. 유원상 역시 "목동이 아닌 잠실에서는 괜찮다"고 했다.
그러나 넥센은 이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3차전에서 3개의 2루타와 홈런 2개를 때려내는 등 화끈한 공격 야구를 펼쳤다. 한번 달아오른 방망이는 4차전에서도 식지 않았다.
넥센은 4차전에서 2-2로 맞선 5회초 2사 1, 3루에서 김민성이 LG 선발 류제국의 145㎞ 직구를 받아쳐 타구를 좌중간 관중석에 꽂아 넣었고, 강정호는 7회초 1사 1루에서 LG의 세 번째 투수 우규민의 체인지업(124㎞)을 걷어올려 좌월 2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결승 홈런을 때려낸 김민성은 강정호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진 것에 복수라도 하듯 9-2로 앞선 8회초 1사 만루에서 중견수 키를 넘기는 싹쓸이 2루타를 날려 상대의 백기를 받아냈다.
넥센은 무시무시한 장타력으로 서울의 주인이 바로 자신임을 증명했다. 넥센은 뜨겁게 달궈진 대포를 끌고 이제 '결전의 땅'인 대구로 향한다.
changyong@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