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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G 끈질겼던 8회, 넥센의 계산에 흠집을 내다

LG는 너무나 중요했던 플레이오프 3차전을 내줬다. 하지만 8회 LG의 끈질긴 공격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이유가 있다. 4차전을 고려할 때 LG 입장에서 유리한 상황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넥센이 LG보다 확연히 떨어지는 부분. 필승계투조의 숫자다.

넥센은 질적인 부분에서 남부럽지 않다. 올 시즌 혜성처럼 나타난 파이어볼러 조상우, 핵 잠수함 한현희, 그리고 경험이 풍부한 마무리 손승락이 포진해 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1이닝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선발이 마운드에서 떠날 경우 세 명 외에는 대안이 없다. 큰 경기를 믿고 맡길 선수가 없다는 의미.

LG 양상문 감독은 2차전 승리 직후 "조상우 한현희의 구위가 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페넌트레이스에서도 20개 안팎의 공을 던진 뒤 다음날 연투에 나서면 공의 위력은 다소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각 감독마다 중간계투진의 운용에서 엄격한 기준이 있다.

문제는 포스트 시즌에는 더욱 연투에 의한 구위저하가 심해진다는 것이다. 페넌트레이스보다 훨씬 더 높은 집중력과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LG는 넥센 선발 오재영에게 6회까지 완벽히 끌려갔다. 그리고 7회 한현희에게 9개의 공으로 삼자범퇴당했다.

이런 분위기였다면 4차전에도 LG는 분위기상 완전히 끌려갈 수밖에 없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8회 곧바로 조상우를 올렸다. 그의 시나리오는 7회 한현희, 8회 조상우, 9회 손승락을 투입, 필승계투조로 3차전을 완벽하게 막겠다는 의미. 7회 한현희는 9개의 공만을 던졌기 때문에 4차전에서도 공의 위력은 감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만약 LG 타선이 조상우에게까지 무기력하게 끌려갔다면, 4차전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LG 타자들은 8회 선두타자 정성훈의 중전안타와 김용의의 볼넷으로 무사 1, 2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조상우는 박용택과 이병규(7번)를 연속 삼진처리했다. 하지만 투구수는 21개.

결국 조상우는 이닝을 끝내지 못한 채 마운드를 떠났다. 염 감독은 자신이 설정한 조상우의 한계투구수에 다다르자 미련없이 마무리 손승락으로 교체했다.

LG 입장에서는 많은 점에서 이득이다. 롱 릴리프와 1이닝 필승계투조로 혼용할 수 있는 조상우의 투구수를 최대치로 끌어냈다. 즉 4차전에서도 조상우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없는 조건을 만들었다. 구위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LG 타선 입장에서 심리적 자신감도 얻었다.

넥센 입장에서는 3차전을 잡았지만, 조상우의 21개의 투구로 인해 투수운용에 혼란이 생겼다. 1승2패로 몰려있는 LG. 당연히 불리하다. 그러나 4차전에서 반격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만들었다. 8회 타선의 끈질긴 승부 때문이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