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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건설, 오너의 재무리스크가 부른 법정관리행

"2년 연속 흑자를 냈는데 법정관리라니…"

코스닥 상장기업인 울트라건설의 소액주주들이 주가 폭락 사태를 바라보며 패닉 상태에 빠져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며 오너인 강현정 울트라건설 대표(42)를 비롯한 경영진을 강도 높게 질타하고 있다. "도대체 경영을 어떻게 했기에 2년 연속 흑자 기업이 갑자기 법정관리 기업으로 전락하게 되었느냐"는 것이다.

울트라건설은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현금 유동성 위기 때문이었다. 울트라건설은 지난 10일 110억원의 전자어음 만기가 예정돼 있었으나, 결제가 여의치 않자 부도 대신 법원 문을 두드린 것이다. 법정관리는 부도위기에 몰린 기업을 파산시키는 것보다 살려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과 채권자는 물론 국민경제 전반에 바람직할 경우 법원에서 모든 채권·채무를 동결하고 관리인을 선정, 기업 활동 전반을 대신 관리해 주는 제도다.

▶법정관리 신청한 울트라건설 2년 연속 흑자

서울중앙지법은 울트라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여 지난 22일 회생절차 개시를 허가했다. 법정관리 신청과 함께 거래가 정지됐던 울트라건설 주식은 거래정지가 해제된 지난 23일과 24일, 이틀 연속 하한가로 추락했다. 보통 법정관리 기업으로 선정되면 감자 가능성이 높고 회사가 부도위험까지 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가는 폭락하게 마련이다.

울트라건설은 2013년도 시공능력 순위 48위의 중견 종합건설업체로 2012년 41억원, 2013년에 6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올 상반기에도 9억4000만원의 영업이익(당기순이익 26억 적자)을 냈다. 소액주주들로선 법정관리 행을 예상하기가 쉽지 않았던 상황이다.

하지만 울트라건설의 재무리스크는 이미 오래전부터 잉태되고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기업지배구조 컨설팅 전문기업인 네비스탁이 지난 2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강현정 대표로부터 비롯된 재무리스크가 상당했다. 강 대표는 지난 2001년 유원건설을 인수한 뒤 울트라건설로 사명을 바꿔 운영하던 창업자 고 강석환 회장(2003년 작고)의 차녀이다. 1남3녀를 두고 있었던 고 강회장이 경영권을 차녀에게 물려주면서 강 대표는 재벌가의 '딸 시대'를 상징하는 기업인 중 한 명이었다. 강 대표는 울트라콘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울트라콘은 울트라건설의 지분 51.24%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네비스탁에 따르면 울트라건설은 지난 6월말 기준 28억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본잠식 상황도 아니다. 더욱이 2013년 말에 비해 올 6월 기준 단기차입금이 287억원 가량 감소했으며, 유동부채도 677억원 줄어들었다. 총 부채 역시 538억원 감소했다. 2013년말에는 269억원의 현금도 유입됐다. 재무적인 상황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강현정 대표의 개인 회사에 담보 없이 158억원 대여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바로 지급보증이다. 먼저 울트라건설은 골프장 관련 회사인 ㈜골든이엔씨에 370억원 한도로 지급보증을 해준 상태다. 울트라건설이 이 회사에 담보 없이 빌려준 돈도 158억원이나 된다. 골든이엔씨는 강현정 대표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개인회사. 자본금은 5000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지난 2007년 설립돼 충북 음성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골든이엔씨는 2013년 말 기준으로 총 자산이 246억원 규모이지만 총 부채는 자산의 2배가 넘는 538억원 수준이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누적 결손금만 292억원에 이르며 최근 2년간 수익은 단 한 푼도 없었다. 매년 이자비용 등으로 50억원에 가까운 적자가 쌓이고 있다. 골든이엔씨는 사정이 이런데도 강 대표에게 24억4000만원을 대여해 주고 있기도 하다.

울트라건설은 골프장 운영업체인 ㈜오션뷰에도 410억원의 지급보증을 해줬다. 강 대표는 이 회사의 지분 20%를 갖고 있으며 나머지 지분도 남동생 민구씨(15%)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어 오너일가의 개인회사로 추정되고 있다. 오션뷰 역시 2013년 말 기준 총 자산은 약 1457억원이며 총 부채는 약 1446억원이다. 누적 결손금이 458억원에 달하는 등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 또 울트라건설이 오션뷰로부터 받지 못한 돈도 약 443억원에 달한다.

골든이앤씨와 오션뷰는 지난 7일 울트라건설과 함께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현재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여부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네비스탁 관계자는 "울트라건설이 만약 건실한 기업에 빌려준 돈이 있었다면 당연히 법정관리에 앞서 자금회수를 했을 것이며 법정관리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158억원을 대여해준 골든이엔씨는 자본잠식 상태의 기업이어서 정상적인 회수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상황이 극히 좋지 않은 오너일가의 개인 회사에 울트라건설 경영진이 비상식적인 의사결정으로 지급보증 및 자금대여를 해줬다는 것이다.

네비스탁 관계자는 "부실기업에 대한 울트라건설의 지급보증은 이 회사의 신용도에도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울트라건설의 법정관리 행에 앞서 강현정 대표와 관련된 부실징후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울트라건설 관계자는 "공시 사항 이외에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