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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던 LG 공격 뚫은 이병규 '내가 쌍둥이 4번'

"내심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는 저일 줄 알았어요."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4번 타자 '작은' 이병규(31·배번 7번)가 시원한 타격으로 팀의 플레이오프행 길을 열었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벌어진 25일 잠실구장.
2승 1패로 1승만 더하면 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던 LG는 이날 이상하게 공격이 풀리지 않았다.
1회 1사 1루, 2회 무사 만루 등 초반부터 거듭 공격 기회를 잡았지만 주루사와 허탈한 병살타 등이 이어져 한 점도 내지 못했다.
3회에는 무사 1, 2루의 찬스를 만들고도 2루 주자가 포수 견제에 잡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때리다 제풀에 지치는 것 아닌가'하는 불안감이 엄습할 무렵, 이병규가 나섰다.
3회 2사 1, 2루에서 타석에 선 이병규는 3볼-1스트라이크에서 NC 선발 태드 웨버의 5구째 시속 142㎞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리자 지체 없이 잡아당겨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다.
우중간을 완전히 가른 타구는 주자 두 명을 모두 불러들이는 싹쓸이 3루타가 됐다.
초반 답답하던 LG의 공격 흐름을 '뻥' 뚫어준 한 방이었다.
이병규의 3루타를 기점으로 LG는 5회 2점, 6회 1점 등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 승기를 잡았다.
이병규는 5-3까지 따라잡힌 7회에도 무사 1루에서 깨끗한 우전 안타를 터뜨려 대량득점의 디딤돌을 놓고 상대의 추격 의지를 끊는 역할을 했다.
해결사일 뿐만 아니라 경기의 흐름을 돌려야 하는 4번 타자의 역할을 100% 수행한 것이다.
이날 5타수 4안타 3타점을 기록한 것을 포함해 이병규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안타 8개와 6타점을 올리며 중심 타자로서 제 몫을 했다.
그러나 큰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했다.
사실, LG의 4번 타자 자리가 그런 편이다.
다른 구장보다 크다는 잠실구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데다, 전통적으로 거포형 선수도 많지 않았던 탓에 LG는 4번이라는 자리의 활약이 돋보이지 않는 팀이었다.
그럼에도 LG의 4번은 해결사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아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병규는 올 시즌 그런 LG의 4번 타자였다.
애초 거포보다는 중·장거리 타자임에도 4번으로 가장 많은 135타석을 소화하며 이 부담을 묵묵히 떠안았다.
타율 0.306에 홈런 16개, 87타점 등 이병규의 기록은 굳이 올 시즌의 '타고투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4번 타자로서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양상문 LG 감독은 "이병규가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해야 한다"며 "잠실구장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홈런을 쳤을 것"이라고 격려하며 그를 중용했다.
이병규는 팀의 플레이오프 티켓이 걸린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양 감독의 말대로 '분위기 메이커'노릇을 톡톡히 하며 '쌍둥이 군단 4번 타자'의 자존심을 세웠다.
이병규는 이날 4차전의 MVP로 선정됐다. 준플레이오프 전체 MVP의 영예는 포수 최경철에게 돌아가자 "네가 받아야 하는데"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이병규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정규시즌보다 포스트시즌이 편하다"며 "NC와 붙으면서 떨리는 게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인 17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홈런 2방을 때려 타율을 3할대로 올리면서 '타격감'을 잡았다면서 "그 감을 계속 밀고 나가자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이미 포스트시즌 무대를 경험하면서 올해 가을야구를 즐기는 법도 터득했다.
이병규는 "작년에는 긴장이 많이 됐지만, 올해는 보너스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임했다"며 "못 쳐도 기록에 안 남는다. 그게 답이다. 무서울 게 없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NC와의 1·2차전에서 다 이기고 기분 좋게 넘어왔다가 어제 3차전에서 져서 아까웠다"며 "오늘 4차전이 잘 풀려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도 즐기려고 한다"며 활약을 이어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abbie@yna.co.kr, sncwook@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