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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격 앞둔 대전, 마지막 퍼즐은 김은중이다

지난 7월 21일. 대전 팬들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1997년 창단 때부터 15시즌 동안 팀을 위해 헌신한 최은성(43)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더 이상 자줏빛 전사가 아니었다. 녹색 머플러를 두른 최은성의 가슴에는 전북의 금색 엠블럼이 달려 있었다. '함께 은퇴식을 하자'는 전북 팬들의 배려로 대전 팬들이 초대 받아 간 자리였다. 팀을 위해 헌신한 레전드를 지키지 못한 미안함, 그를 떠나보낸 구단을 향한 야속함의 눈물이었다. 대전 팬들을 마주한 최은성의 얼굴에도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 쳤다. '원조 시민구단' '축구특별시' 등 자랑스런 별명을 갖고 있는 대전의 주홍글씨다.

또 한 명의 레전드가 대전을 지키고 있다. 플레잉코치 신분으로 백의종군한 '샤프' 김은중(35)이다. 지난 3월 김은중 영입이 발표되자 대전 팬들 모두 환호했다. 대전의 초창기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공격수다. 대전 구단이나 팬들이 김은중에게 바란 것은 골이 아닌 추억이다. 공격수로 황혼에 접어든 기량은 전성기의 빛을 잃었다. 그러나 김은중이 그라운드에 서는 것 만으로 팬들에겐 기쁨이었다. 클럽하우스가 없어 빌라를 숙소로 쓰고 훈련장이 없어 대학교 맨땅 운동장에서 볼을 차던 그 시절, 패기와 투혼으로 팬심을 사로 잡았던 대전의 모습을 떠올렸다.

하지만 시즌 막바지가 다가옴에도 김은중의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보기 쉽지 않다. 김은중은 올 시즌 14경기 출전, 1골에 그쳤다. 14경기 모두 교체출전이었다. 홈 경기 출전은 단 5경기에 불과하다. 지난 9월 27일 이후에는 그라운드에 서지 못하고 있다. 챌린지 득점 선두(27골)를 달리고 있는 아드리아노의 활약에 가려 있다. 하지만 대전은 최근 6경기 연속 무승의 부진을 겪으면서 경험 부족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는 김은중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게 아쉽다. '팬 서비스 부족'도 지적된다. 대전 홈 경기마다 김은중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기억하다, 기다리다, 돌아오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18번 김은중'의 걸개가 매번 걸릴 정도로 애정이 크다. 승격 카운트다운이 다가옴에도 김은중의 결장이 길어지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전은 챌린지(2부리그) 32경기를 치른 현재 승점 63으로 2위 안산(승점 51)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대전이 25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광주와의 챌린지 33라운드에서 승리하고, 같은시간 강원과 맞붙는 안산이 비기거나 패하면 잔여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챌린지 우승 및 클래식 승격이 확정된다. 1997년 프로축구 참가 이후 2001년 FA컵 우승이 전부인 대전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쓰게 된다. 대전 팬들은 내심 김은중이 승격의 방점을 찍어주길 바라고 있다.

팬 없는 영광은 상상할 수 없다. '레전드' 김은중은 대전의 승격을 더욱 빛낼 수 있는 존재다. 조진호 대전 감독의 결단만 남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