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디즈니-픽사 2015 라인업 본 소감? 반갑네- 대단해- 부럽네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이하 디즈니)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이하 픽사)의 CCO(Chief Creative Officer) 존 라세터(John Lasseter)가 한국을 직접 찾아 한국의 취재진들에게 디즈니와 픽사의 2015년 라인업을 소개했다. 이날 디즈니-픽사 '2014 & Beyond(비욘드)' 행사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반갑다

사실 라세터가 직접 한국을 찾아 라인업을 소개했다는 사실은 할리우드에서 한국 영화 산업이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라세터는 '디즈니의 엔진'이라고 불릴 만큼 조직 내 절대 비중을 자랑하는 인물이다.

'겨울왕국'의 1000만 관객 동원은 디즈니에게 한국이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라는 점을 확실히 인식시켰다. 특히 한국은 전 세계에서 최초 개봉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로 '테스트 베드'적 성격도 지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라세터의 방한은 한국 영화계에서도 크게 반가워할만한 일이다.

라세터 역시 "한국에서 '겨울왕국'에 보여준 뜨거운 지지와 열정에 감사하다. 우리는 이것을 기적이라고 본다"며 "디즈니는 '겨울왕국'을 시작으로 치유받았으며, 전환점을 맞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단하다

21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진행된 이 행사에서 라세터는 디즈니와 픽사의 새 애니메이션들을 차례로 소개했다.

가장 먼저 소개된 작품은 역시 '겨울왕국'의 후속 단편 '프로즌 피버(Frozen Fever)'였다. 2015년 봄에 공개될 '프로즌 피버'는 엘사의 생일에 안나와 크리스토프가 파티를 열어주려고 했지만 엘사의 얼음 능력 때문에 파티가 엉망진창이 되는 내용을 그릴 예정이다. 눈사람 캐릭터 올라프도 다시 등장해 '겨울왕국' 팬들을 설레게 할 예정이다. '겨울 왕국'을 연출했던 제니퍼 리버와 크리스 벅이 그대로 제작을 맡고 작곡가 로버트 로페즈, 작사가 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가 음악 감독을 맡아 완성도 높은 단편을 만들어냈다.

이외에도 디즈니는 '니모를 찾아서' 속편격인 '도리를 찾아서'를, 픽사는 '인크레더블2'와 '카3'를 기획중이다. '인크레더블2'은 슈퍼히어로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인크레더블'의 속편이다. 슈퍼히어로 가족의 영웅담을 담은 전편은 전 세계적인 흥행 이후 10년만에 다시 돌아오게 됐다.

▶부럽다

디즈니는 내년 선보일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으로 '빅히어로'와 '주토피아' '모아나'를, 픽사는 '인사이드 아웃'과 '굿다이노' '도리를 찾아서'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이 작품들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주토피아'와 '인사이드 아웃'이다.

물론 완성되기 전이지만 살짝 보여진 완성도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진짜 부러운 것은 단순히 기술력이 아닌 그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이다. '주토피아'는 인간이 배제된 동물들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초식동물이 세상을 지배하고 잡식 동물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세상을 전복시키려는 세력의 이야기를 다룬다. 특히 동물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도시 시스템 등 그들의 상상력은 보기만 해도 깜짝 놀랄 정도다.

'인사이드 아웃'은 인간 속에 Joy(기쁨), Sadness(슬픔), Anger(분노), Fear(공포), Disgust(혐오)등의 감정이 살고 있다는 가정 아래 라일리라는 여성안에 사는 감정들이 어떻게 인간의 일생을 만들어가는지를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인간 속 본부에 이 감정들이 사람처럼 살아간다는 기발한 상상력이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픽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잠시 공개되기도 했다. 이들은 한마디로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회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늘 '즐기는'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자유로운 상상력이 넘치는 작품들이 나올 수 있을까? 잠깐 꾸던 꿈에서 깨보니 부러움은 어느덧 우려로 바뀌어 있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