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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만에 182명 전원 구조'…해상 인명구조 훈련

23일 오후 2시 50분 인천대교 북단 인근 해상에서 대형 유람선 화재사고를 가상한 민관군 합동훈련이 펼쳐졌다.
승선원과 승객 등 182명을 태우고 인천항을 떠난 1천t급 유람선 현대크루즈호가 아라뱃길 경인항을 향해 순항하던 중 갑자기 선미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선장은 즉시 해경 122상황실에 긴급 구조 요청을 했다. 해경은 유관 기관에 상황을 신속히 전파하고 사고 지점에 항공기와 헬기를 급파했다.
사고 지점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이 폭발음과 화재 연기를 발견, 화재 선박으로 향한다. 어선은 구명 튜브를 투하, 오렌지색 연기가 피어오르는 막대를 들고 구조 요청하는 2명의 익수자를 신속히 구조해 냈다.
그 사이 민간 구조단의 보트와 해경의 리브보트가 속속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항공기 1대가 사고 지점 인근을 지나가면서 해상 위치표시탄인 섬광탄(마린마커·marine marker) 3발을 투하했다. 섬광탄은 약 10∼20분간 불꽃과 하얀 연기를 뿜으면서 조난 지점을 알린다.
이어 다른 항공기 1대가 사고 지점 인근에 10인용 구명벌(구명보트) 2개를 해상에 투하했다.
사고 선박 안에서는 '승선원 지시에 따라 구명동의를 착용하고 신속하게 옥상 갑판으로 대피하라'는 방송이 계속 흘러나왔다.
승객들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차분히 구명 동의를 입고 흰 물수건 등으로 입을 막은 채 옥상 갑판으로 올라가 애타게 구조를 기다렸다.
곧이어 15명을 태울 수 있는 해경 구조 헬기가 사고 선박 주변에 도착했다. 구조요원 2명이 로프를 타고 내려가 갑판에 안착하자 마자 선내로 진입했다. 요원들은 승객 위치를 파악하고 대피를 유도한다.
해상에서는 헬기가 사고 선박으로부터 약 500m 떨어진 지점에서 구조 요청 중인 익수자를 향했다.
구조 요원이 로프를 타고 해상에 내려가 승객을 구조해 헬기까지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1분 남짓에 불과했다.
해경 상황실에서는 최초로 현장에 도착한 해경 경비함정 1002호(1천t급)에 현장 지휘함 역할을 부여했다. 현장지휘함의 지휘에 따라 모든 유관기관과 구조 병력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 사이 소방정이 도착해 화재 선박을 향해 소화포를 작동하기 시작했다.
해경 리브보트 등이 화재 선박 옆에 계류했다. 사다리를 타고 선수 출입구를 통해 구조대원 3∼4명이 선내로 진입했다.
선내 2차 폭발에 놀란 승객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바다로 뛰어내렸다. 경비정과 헬기는 이들 승객 구조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현장지휘함은 선수에 슬라이드, 선미에 에어매트를 활용해 승객을 선박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했다.
슬라이드와 에어매트는 높은 선박에서 해상으로 직접 뛰어내릴때 느끼는 공포감을 덜어 안심하게 해상으로 탈출할 수 있도록 개발된 장비이다.
에어매트는 인천해양경찰서에서 개발한 것으로 이날 첫선을 보였다. 슬라이드는 지난달 제주 해경서에서 개발했다.
선수와 선미에 바짝 붙어 대기하던 리브보트, 어선, 경비정 등은 슬라이드와 에어매트에 뛰어내린 승객들을 신속히 태워 육지로 향했다.
해경 경비정에 차려진 해상응급구조소에서는 구조된 승객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등 응급 처치가 분주히 이뤄지고 있었다.
선장 구출을 끝으로 구조 활동이 모두 끝난 것은 오후 3시 30분이었다. 182명의 승선 인원을 모두 구조하는 데 걸린 시간은 40분.
이날 민·관·군 합동 훈련은 인천 해경서의 주관으로 진행됐다.
해경 경비함정 20척 등 9개 기관 선박과 어선 31척, 비행기 4대, 해양경찰·해군·소방 인력 530명 등 대규모 장비와 인력이 동원됐다.
박성국 인천해경서장은 "신속한 초동대응과 유관기관 협조로 사고가 난 대형 유람선 승객 구조 훈련을 시나리오대로 마쳤다"며 "앞으로 이 같은 훈련을 자주해 소중한 생명을 안전하고 완벽하게 지킬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훈련을 참관한 인천해양과학고 2학년 유호경(17) 군은 "해상에서 오늘처럼만 대응한다면 인명 피해는 막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세월호 사고 때도 이렇게 대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홍원 국무총리,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의원 19명과 학생·시민 200여명이 이날 훈련을 참관했다.
erika@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