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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나무에도 수박 열린 LG의 준PO 2차전

되는 집안은 가지나무에서도 수박이 열린다고 했다.
22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승리한 LG의 경기가 딱 그랬다.
이날 LG는 우규민의 호투와 1회 정성훈의 솔로포, 4회 스나이더의 투런포 등을 엮어 초반부터 경기를 주도할 수 있었다.
포스트시즌 통산 21경기에서 한 개의 홈런도 기록한 적 없는 정성훈이 1회초 선두타자 홈런을 터뜨릴 때부터 조짐이 좋더니, 고비마다 행운이 따랐다.
LG의 첫 고비는 3-0으로 앞선 4회말 수비에서 찾아왔다.
1사 후 김종호·나성범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1·3루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그러나 4번 에릭 테임즈의 타구는 펄쩍 뛰어오른 LG 2루수 김용의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귀루하지 못한 1루 주자 나성범까지 잡히며 순식간에 기회가 날아갔다.
원래 주전 2루수인 박경수(키 178㎝)의 부상으로 준플레이오프에서 2루 수비를 맡게 된 김용의의 프로필상 키는 187㎝다.
상당히 높이 날아간 타구였기에, 그 자리에 김용의가 서 있지 않았다면 잡을 수 있었을까 싶은 장면이었다.
3-2로 추격당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던 9회초에는 더 큰 행운이 따랐다.
박용택의 볼넷으로 만든 1사 1루에서 대주자 문선재는 이병규의 2루수 플라이 타구가 나오자 2루를 돌아 3루까지 내달렸다.
아웃카운트를 2사로 착각해 나온 명백한 '본헤드 플레이'였다.
2루수가 정상적으로 타구를 잡는다면 바로 1루로 송구해 더블플레이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뭔가에 홀린 듯 NC 2루수 박민우는 타구를 놓치고 말았다.
관성을 타고 홈까지 내달린 문선재는 점수를 4-2로 벌리는 쐐기 득점을 올렸다.
실수가 행운으로 둔갑한 상황에 LG 더그아웃에는 폭소가 터져 나왔고, 반대로 NC 수비진은 낭패라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행운의 여신이 LG에 미소를 지었다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 연달아 벌어졌고, 결국 경기는 LG의 승리로 끝났다.
이 밖에도 경기 초반 NC 타자들의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을 향하는 등 LG에는 행운이, NC에는 불운이 따른 장면이 많았다.
물론, 이 모든 것을 '행운'의 작용이라고만 해석할 일은 아니다.
LG는 1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서 등장한 '이틀 연속 우천 취소'라는 강력한 변수를 완벽히 통제했다.
긴 원정 등으로 지치고 리듬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지만, 결국 정성훈·스나이더·최경철 등 1차전에서 맹활약한 타자들이 흐트러짐 없이 좋은 감각을 2차전에서도 유지했기에 '행운의 여신'에게 미소를 받을 수 있었다.
반면 NC는 1차전 대패의 충격을 씻을 이틀의 여유를 얻고도 여전히 긴장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모습이었다.
1차전에 3개의 실책을 쏟아낸 NC는 이날도 2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sncwook@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