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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인된 헤드샷 퇴장, 선발에 미치는 엄청난 심리변수

한국프로야구의 로컬 룰. '헤드샷 자동퇴장'.

'헤드샷'은 총과 같은 무기에 머리를 맞는 치명적인 공격을 의미한다. 야구에서는 투구가 타자의 머리를 때리는 일종의 빈볼 개념이다.

지난해 9월8일 LG의 레다메즈 리즈는 150㎞가 훌쩍 넘는 패스트볼을 배영섭의 머리에 맞혔다. 결국 배영섭은 이날 이후 시즌 아웃됐다. '배영섭 헤드샷 사건'을 계기로 '패스트볼을 던졌을 때 헤드샷 자동퇴장'이라는 이른바 '리즈 룰'이 만들어졌다. 선수보호의 측면에서 선수생명의 치명타가 될 수 있는 헤드샷에 대해서는 좀 더 강력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취지. 당연히 투수 입장에서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조건 퇴장'이라는 조건의 무거움 속에서 당연히 부작용이 있다.

고의 여부에 상관없다는 맹목적 조건. 게다가 스쳤을 경우에도 예외가 없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상징적인 장면이 나왔다.

4회까지 1점만 내주고 호투하던 류제국은 5회 모창민에게 던진 몸쪽 공이 빠지면서 모창민의 헬맷에 스쳤다. 고의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규정은 규정이었다. 결국 퇴장.

LG 양상문 감독은 아쉬움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순철 해설위원을 만나 담소를 나누던 중 "향후 포스트 시즌 헤드샷 규정은 좀 완화시키면 안될까"라고 농담을 던졌다.

농담일 뿐이었다.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1차전 헤드샷 퇴장은 맞는 것이었다. 원칙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헤드샷 자동퇴장'이 준플레이오프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1차전에서 NC는 선발 이재학이 1회에 무너지자 결국 대패를 당했다. 선발 투수의 중요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단면. 즉, 포스트 시즌에서 선발 투수는 이닝소화능력이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벤치에서 계획했던 그날 마운드 운용 뿐만 아니라 시리즈 전체의 투수 운용이 헝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칫 경기 초반 헤드샷 자동퇴장을 당한다면 해당 팀 입장에서는 너무나 끔찍한 악몽이다. 한마디로 대책이 서지 않는 형국이다.

물론 확률은 떨어진다. 하지만 워낙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에 선발 투수들에게 미치는 심리적인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류제국의 자동퇴장으로 양팀 모든 투수에게 생생히 각인돼 있을 것이다. 코칭스태프 역시 주의를 준다. 이 부분은 오히려 부메랑으로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경기에 적응이 덜 돼 있는 1, 2회에 공이 손에서 빠질 공산은 더욱 커진다.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유효하다. 한마디로 몸쪽 승부에 대해 예민해지고 조심스러워 수밖에 없다.

타자들 입장에서는 이런 선발 투수의 심리적 변화를 노릴 가능성도 높다. 더욱 더 타석에 바짝 다가서는 것은 보이진 않지만, 매우 유용한 심리적 압박수단이 된다.

당연히 선발 투수의 경우 경기 초반 바깥쪽 공을 위주로 승부를 볼 공산이 크다. 국내에서 몸쪽 공을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을 가진 투수는 별로 없다. 극심한 심리적 압박 속에서는 그 확률이 더욱 낮아진다.

NC 입장에서는 선취점이 중요하다. 김경문 감독은 "2차전에서 라인업을 조정한 것은 선취점에 대한 의미가 크다"고 했다. 1차전 대패의 분위기에서 자칫 선취점을 내준다면 더욱 심리적으로 밀릴 수 있기 때문. 반대로 LG 입장에서 선취점을 얻는다면 경험이 부족한 NC 선수들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공략한다는 의미도 된다.

즉, 헤드샷 자동퇴장이라는 압박 속에서 던지는 선발 투수의 1, 2회 바깥쪽 공을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진다. 단순해 보이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문제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