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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 대회 공인구, 투-타-수비에 미칠 영향력은?

애초부터 투수와 타자 모두를 한꺼번에 만족시키는 공인구는 존재하기 어렵다.

워낙 투수와 타자의 입장이 상반돼 있기 때문이다. 투수가 좋아하는 공의 특성은 손에 딱 들어와 던지기 편하고, 맞았을 때 멀리 안 날아가야 한다. 변화구도 잘 먹히는 공이면 금상첨화다. 반면 타자의 입장에서는 맞았을 때 멀리 날아가는 공이 최고다. 그래서 투수가 던지기 힘들어하는 공일수록 타자는 좋아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번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 내에서 바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단 기존의 국내 프로리그에서 사용되지 않은 공이라 투수와 야수들이 공통적으로 낯설어한다. 그래서 22일 태국과의 예선 첫 경기 전까지 대표팀 훈련의 초점은 '새 공인구에 적응하기'였다. 투타, 그리고 수비에 걸친 훈련 과정에서 대표팀 선수들은 대회 공인구인 '미즈노 200'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투수와 타자의 평가는 정반대로 갈렸다. 타자들은 대회 공인구를 꽤 마음에 들어하고 있다. 이유는 "타구가 멀리 날아간다"는 것이다. 반대로 투수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공이 미끄럽고, 실밥이 두터워 변화구 구사가 힘들다"는 이유다. 이런 상반된 평가는 경기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장타력 플러스, 중심타선 웃는다

일단 타자들은 이번 대회의 공인구에 대해 꽤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공통적으로 "비거리가 길다"는 평가를 내렸다.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김현수는 21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공식 훈련을 마친 뒤 "툭 쳤는데도 훨훨 날아가더라"면서 "장타력이 타고난 우리 중심타자들한테 걸리면 까마득하게 날아갈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이런 반응은 김현수 뿐만 아니라 다른 타자들에게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손아섭도 "공이 정말 잘 날아가서 장타에 대한 욕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심타자들을 믿고 나는 내 장점인 출루율을 높이는 데에만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이번 아시안게임 공인구는 대체적으로 타자의 장타력을 끌어올린다는 게 '사용자들의 후기'다. 그런데 이건 한국의 입장에서 좋은 변수로 볼 수 있다. 클린업 트리오인 나성범과 박병호 강정호는 워낙에 장타력이 뛰어나다. 이는 6번에 있는 김현수도 마찬가지다. 이들이라면 이번 공인구를 쉽게 담장 밖으로 넘길 가능성이 크다. 굳이 의식적으로 노릴 것도 없다.

▶튀어 오르고, 멀리가는 타구 조심

타자들에게 이렇게 유리한 상황을 연출하게 해 준 공인구는 수비에서는 또 다른 변수가 될 듯 하다. 무엇보다 수비를 할 때 "비거리가 국내 공인구보다 멀다"고 한 타자들의 증언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비거리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나온다는 건 반발계수가 크다는 뜻이다. 그래서 같은 힘으로 때려도 더 많이 튀어 멀리 가는 원리다. 이걸 감안해야 한다. 정교한 수비가 일품인 김현수도 그래서 "특히 힘이 좋은 타자들이 많은 대만전의 경우에는 더 펜스쪽으로 물러나서 수비를 해야 할 듯 하다. 어쨌든 공이 멀리 나간다는 점을 수비 위치 선정 때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야진도 비슷하다. 타구의 스피드가 빠르고 바운드 후 튀어오르는 정도가 크다. 포수 이재원은 "구르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평소에 잡는 타이밍보다 반 박자 빠르게 수비동작을 취해야 할 듯 하다"고 말했다. 유격수 김상수 역시 "타구가 빠르고 높이 튀어오른다. 이걸 잘 잡으려면 바닥에 튀어오른 직후에 바로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한국의 수비는 이번 대회 참가국 중에서도 가장 정교하다. 대만은 원래 공격 위주의 성향이라 수비가 세밀하지 못하다. 일본은 기본기가 탄탄해 한국에 비견될 만 하나 사회인리그 출신이라 경험이 많지 않다. 때문에 대회 공인구의 특성에서 발생하는 수비 변화는 오히려 한국에 유리할 듯 하다.

▶잘 안 휘는 변화구, 실투주의보 발동

대체적으로 타자들이나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대회 공인구가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선수들은 그점에 대해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투수진이다. 타자들이 선호하는 공은 결국 투수들이 던지기 까다로운 공이라는 뜻이다. 이번 '미즈노 200' 공의 특징은 "미끄럽고, 손에 잘 안잡히고, 실밥이 너무 크다"로 요약된다. 일단은 세 가지 특성같지만, 사실 이건 한 마디로 요약된다. "제대로 던지기 힘들다."

대표팀 투수들은 미리 한 달 전부터 이 공을 지급받았다. 미리 적응하라는 배려였다. 그러나 워낙 빡빡한 페넌트레이스 일정을 소화하다보니 제대로 대회 공인구를 잡아볼 시간조차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서둘러 적응 훈련을 했다.

다행히 경험이 많은 선수들은 새 공에도 금세 적응했다. 대표팀 조계현 수석코치는 "처음에는 많이 낯설어했는데, 이제는 문제 없다. 다들 공의 특성 파악을 마쳤다"면서 투수들이 공 때문에 고전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서는 투수들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김광현과 양현종, 차우찬 등은 "공의 실밥이 다소 크고 도드라져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지는 데 처음에 애를 좀 먹었다. 하지만 이제는 요령이 생겼다"고 밝혔다.

특이하게도 대표팀의 유일한 아마추어 출신 홍성무는 이 공에 관해 자신감을 보였다. 홍콩전 선발로 내정된 홍성무는 "아마추어 국제대회에서 같은 공을 써본 경험이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미즈노 공이 익숙하고 편하다. 홍콩전에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보여주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대체적으로 투수들이 새 공의 특성에 적응을 마쳤다고 해도, 여전히 실투의 위험성은 남아있다. 익숙한 국내 리그의 공으로도 매 경기 실투는 나온다. 하물며 낯선 공을 던지면 실투율은 다소 늘어날 개연성이 크다. 이런 실투가 대만이나 일본과의 경기 승부처에서 나오면 곤란하다. 실투에 대해서는 늘 경계심을 거두면 안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