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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스타]'프로라서 행복한, 준비된 신인' 김도혁

소년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잊지 못한다. 세계적인 선수와 맞서 뛰는 태극전사, 그 중에서도 설기현과 이천수는 소년의 우상이었다. 설기현과 이천수의 플레이를 보며 꿈을 키운 소년은 정확히 12년 후 우상과 나란히 같은 유니폼을 입고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인천의 새로운 엔진' 김도혁(22) 이야기다.

▶프로라서 행복한, 준비된 신인

김도혁은 신인이지만 '프로페셔널'한 자세가 몸에 베어있다. 오랜기간 프로 무대 적응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김도혁은 "연세대 시절 신재흠 감독님이 선수들을 대학 선수가 아닌 프로 선수처럼 대해주셨다. 일일이 지적하기 보다는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해주셨다. 그게 나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마추어에서 벗어나 진짜 프로를 맛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했다.

그는 2014년 자유계약으로 인천 유니폼을 입었다. 2012년 U-리그 대학선수권 MVP 출신인 그에게 J-리그 팀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하지만 김도혁의 선택은 단호했다. 그는 "다들 떠나듯이 일본으로 가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다. 테스트도 봐야했고. 자유계약 제도가 생기면서 '내가 원하는 팀을 선택할 수 있는데 굳이 일본까지 갈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기현이형과 천수형이 뛰는 인천에서 제의가 왔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입단을 결심했다"고 했다.

프로는 천국이었다. 기업구단보다 지원이 부족한 시민구단 인천이었지만, 김도혁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특히 동영상 분석 시스템을 마음껏 쓸 수 있다며 싱글벙글이다. 김도혁은 "대학때 친구한테 부탁해서 내 플레이 동영상을 찍어달라고 한 적이 있다. 엄청 도움이 되더라. 인천에 와서 동영상 분석해주는 형들이랑 친하게 지내면서 바로 바로 내 플레이를 보고 있다. 볼터치나 위치를 다시 보면 문제점과 해결점이 바로 보인다"고 웃었다. 무엇보다 팬들의 함성은 그를 깨워주는 힘이다. 김도혁은 "관중들이 아무래도 아마추어 시절보다는 많으니까 힘이 난다. 서포터스가 이름 불러줄때는 전율까지 느껴진다"고 했다.

▶데뷔골 뒷이야기

김도혁은 지난달 30일 부산전에서 후반 27분 이보의 코너킥을 머리로 받아 넣으며 프로데뷔골을 기록했다. 그의 데뷔골에는 세가지 재밌는 이야기가 숨어있다. 김도혁은 "경기가 열리는 날 오전 김봉길 감독님이 사우나에서 '이제 한 골 넣을때 되지 않았냐. 오늘 기대하마'라고 하셨다. 임하람형은 '너 오늘 골 넣을거야'라며 칫솔과 면도기를 사줬다.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더니 '맨날 골 넣으라니까 못넣고, 오늘은 넣지마' 이러셨다. 모두 같은 날 들은 이야기다. 신기하게도 그날 골이 들어갔다"며 웃었다. 그가 항상 꿈꿔온 환상적인 중거리슛은 아니었지만, 그의 축구인생에 영원히 기억될 골이다.

그의 시즌 초반은 쉽지 않았다. 예상보다 빨리 기회를 얻었지만, 김 감독의 마음에 들지 못했다. 김도혁은 "처음에는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너무 공격적으로 나갔다. 절제를 못했다. 내가 팀플레이를 망치면 다른 선수들이 힘들어진다는 것을 깨닿지 못했다"며 "그래도 다시 한번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때 달라진 마음가짐을 감독님이 잘 봐주셨다"고 했다. 이제 김도혁은 명실상부한 인천 중원의 핵이다. 김 감독은 공격적인 김도혁과 수비적인 구본상을 더블볼란치(두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 중이다. 김도혁은 "코치 선생님들이 '너 이제 팀내 입지가 많이 올라갔다. 너 없으면 안된다'고 해주신다. 그 때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형들의 얘기를 귀담아 들으며 더 큰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김도혁은 "형들과 사우나나 커피숍에서 얘기를 많이 나눈다. 특히 기현이형이나 천수형이 얘기해주는 부분은 가슴에 박힌다. 형들 얘기를 다 흡수하고 싶다"고 했다.

▶내 이름 석자를 확실히 알리고 싶다

남해 동네축구를 주름잡던 소년은 이제 인천의 핵심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준비된 신인답게 올시즌 목표도 야무졌다. 김도혁은 "지금 1골-2도움을 올렸다. 남은 시즌 5골-5도움을 채우고 싶다. 그러면 영플레이어상의 기회도 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학 때 골을 제법 넣었다. 이제 프로에서 뛰는 법을 조금씩 알게된만큼 더 자신있게 플레이한다면 내 목표도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그는 태극마크와는 큰 인연은 없었다. 2010년 20세 이하 대표팀 상비군 멤버에 든 것이 전부였다. 김도혁은 당시 '공이 골프공만하게 보였다'며 아쉬워했다. 그의 꿈은 단순히 태극마크가 아니다. 더 원대한 꿈을 꿨다. "모든 이가 알아주는 선수가 되는게 꿈이다. 요즘은 대표가 되도 몰라보는 선수가 많지 않은가. 그걸 뛰어넘고 싶다. 대표선수도 되고, 유럽도 가고 그러다보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선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너무 큰 꿈이기는 하지만, 끝까지 노력하겠다. 그래서 지금 인천에서의 시작이 너무 행복하다." 김도혁의 꿈이 시작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