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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기대주에서 해결사로 변신한 강수일

프로축구 K리그의 '만년 기대주'로 불렸던 강수일(27·포항 스틸러스)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포항은 3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의 2014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울산의 '거포' 김신욱이 전반 26분 머리로 선제골을 꽂았다.
포항은 주중 FC서울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승부차기까지는 접전 끝에 패배했다. 체력에서 열세였고 원정에서 치르는 '동해안 더비'라는 부담감도 있었다.
그러나 불과 3분 뒤 강수일이 동점골을 해결한 것이 포항 역전승의 밑바탕이 됐다.
강수일의 강점이 그대로 드러난 골 장면이었다.
김재성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받을 때 울산 수비수 유준수를 힘으로 젖혔다. 이어 베테랑 수비수 김치곤이 달려들었으나 유연한 볼 터치 한 번으로 가볍게 따돌리고 동점골을 뽑아냈다.
강수일은 한동안 떨떠름한 표정을 짓더니 두 팔을 벌려 포효했다. 그는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파울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리둥절한 느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수일은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한 때 아버지의 탄력을 물려받은 몸을 바탕으로 한국 축구의 유망주라는 찬사를 들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7시즌을 뛰며 142경기를 뛰었으나 16골에 그쳤다.
그러나 올시즌 포항으로 임대돼 한국 정통 스트라이커 계보의 한 장을 썼던 황선홍 감독의 조련을 받으면서 득점 감각이 몰라보게 예민해졌다.
그가 이날 넣은 동점골은 시즌 5번째 골이다. 5년 전 인천에서 5골을 넣은 게 그의 한 시즌 최고 기록이다.
황 감독이 추구하는 '스틸타카'에 순간 가속력과 볼 터치가 좋은 강수일의 개인 능력이 절묘하게 조합된 결과인 것일까. 오히려 강수일은 덤덤한 표정으로 말한다.
"제주에서는 노력이 없었다. 지금은 많이 노력하고 기본에 충실하려고 한다."
"경기장에 나가면 무조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 지금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시키는 대로만 한다. 선수들과 전열을 유지하다가 달리면 공이 오고 측면에서 오는 공은 빨리 넘기고…. 그게 다다."
그는 유독 황 감독의 이름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긍정적인 결과라면 모든 게 다 황 감독 덕분이라는 듯한 말투였다.
K리그에 챔피언스리그를 더해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4경기에서 골맛을 보지 못한 그는 "노 슛 노 골 아니겠느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감독님이 힘을 실어줬다"며 고개를 숙였다.
강수일은 K리그 득점 순위 13위에 올라있다. A대표팀, 2014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되지 않은 선수 중에서는 임상협(부산 아이파크) 다음으로 순위가 높다.
ahs@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