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경기 15승, 45골. 지난해 클래식 최하위로 강등된 대전의 현재다.
챌린지(2부리그) '절대 1강'이다. 경기당 평균 2골이 넘는 득점력에 실점(21골)은 0점대다. 승점 50인 대전과 2위 안양(승점 34)의 격차는 16점이다. 1997년 창단한 '원조 시민구단' 대전의 자리는 줄곧 중하위권이었다. 17년 대전 구단 역사상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대전 팬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요즘 정말 축구 볼 맛이 난다"는 말이 대전 구단 홈구장인 대전월드컵경기장을 휘감고 있다.
'레전드' 김은중(35)은 대전 선두 질주의 숨은 조력자다. 올 시즌 11경기서 1골을 넣었다. 플레잉코치 신분인 만큼 활약 기회가 많진 않다. 올 시즌 대전은 '브라질 폭격기' 아드리아노를 비롯해 서명원, 김찬희, 송주한 등 챌린지 스타가 넘쳐난다. 김은중의 기록만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경기장 안팎에서 내뿜는 '존재감'은 엄청나다. 김은중은 올 시즌 신예로 재편된 대전의 맏형이자 선생님이다. 대전 창단멤버로 프로에 데뷔한 김은중은 베갈타 센다이(일본), 창사(중국), 서울, 강원 등을 거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샤프'라는 별명을 만든 날카로운 골 결정력은 세월의 무게 속에 흐릿해졌다. 그러나 '형님' 김은중의 존재 만으로도 훈련장과 그라운드에서 얻는 유무형의 효과가 크다.
김은중은 관중몰이의 공신 역할도 하고 있다. 대전은 초창기 김은중을 비롯해 이관우, 신진원, 서동원 등 젊은 스타들의 산실이었다. 홈 경기 때마다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우면서 대전은 '축구특별시'로 불렸다. 하지만 스타들이 잇달아 팀을 떠나면서 긴 침체기를 겪었다. 김은중의 복귀 소식을 들은 팬들이 하나 둘 대전월드컵경기장으로 돌아왔다. 대전은 2부리그의 한계를 딛고 올 시즌 10차례 홈 경기에서 평균 3490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클래식 중하위권팀 관중 수치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대전 구단 관계자는 "올 시즌 김은중을 데려오지 않았다면 팀이 이렇게 빨리 단단해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김은중은 "지금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는 것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세대 차이를 뛰어 넘은 소통은 즐거움이다. 김은중은 "어린 선수들과 함께 땀흘리면서 경험을 이야기하다보면 보람을 느낀다. 내가 배우는 점도 많다"면서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게 무엇보다 기쁘다"고 웃었다. 그는 "친정팀 팬들 앞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다음 시즌 클래식 무대에서 후회없는 승부를 펼쳐보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