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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MVP 후보 다양해져야 하는 이유

최우수선수, 즉 MVP(Most Valuable Player)는 말그대로 가장 가치로운 플레이를 펼친 선수여야 한다. 그 가치는 물론 팀승리에 얼마나 많은 공헌을 했는지로 평가된다.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기자단 투표로 결정되는 정규시즌 MVP는 그동안 각 부문(투수 6개, 타자 8개) 타이틀을 가져간 선수들을 중심으로 경쟁이 이뤄져 왔다.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타이틀 하나 없으면 MVP는 물론 후보조차 오르기 힘든게 현실이다. 프로 원년부터 지난해까지 역대 MVP 32명 가운데 타이틀을 한 개라도 따내지 못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타이틀이 많을수록 MVP는 따논 당상이었다.

각 부문 타이틀 홀더가 됐다는 것은 그 자체로 가치롭다. 홈런왕에 오른 선수는 그만큼 팀승리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봐야 한다. 타점왕에 오른 선수는 많은 점수를 불러들였으니 팀이 승리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다승왕 역시 팀승리를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시각을 좀더 넓혀 보자.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한 선수가 MVP 후보가 되면 안되는 일일까. 팀승리에 기여한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타이틀만 있는게 아니다. 평가 기준이 숫자로 나타나는 타이틀이어야 할 까닭은 없다. 시즌 내내 얼마나 인상적인 활약을 했는지도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인상적인 활약'에 대한 평가는 물론 해당팀 감독, 코치나 해당팀을 시즌 내내 취재한 기자단의 몫이다.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은 26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5-5 동점이던 7회 무사 1,3루서 좌중간 2루타를 때리며 결승점을 뽑았다. 결승타는 공식 타이틀은 아니지만 이승엽은 전체 타자중 가장 많은 16개를 기록중이다. 이승엽이 삼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숫자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류중일 감독이 이승엽에게 중심타선을 맡기고 그의 존재감을 강조하는 것은 무형의 리더십과 본보기 측면이다. 이날 현재 타율 3할5리, 27홈런, 88타점을 기록중이다. 남은 시즌 전성기 실력을 발휘한다 해도 타이틀 획득은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MVP 자격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NC 다이노스 나성범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2할4푼3리, 14홈런, 64타점으로 대형 타자의 가능성을 보였던 나성범은 이날 현재 타율 3할4푼5리, 26홈런, 92타점을 올렸다. 결승타는 11개로 삼성 채태인, 두산 베어스 칸투와 함께 공동 3위다. 특히 득점권 타율 4할9리는 전체 타자중 3위의 기록이다. 김경문 감독은 나성범 때문에 이긴 경기가 많다고 했다. 1군 진입 2년째인 올해 NC가 2위 싸움을 할 정도로 강해진 여러 원동력 가운데 나성범의 성장을 빼놓을 수 없다.

이승엽 나성범 뿐만 아니라 각 부문 1위는 아니지만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운 타자들을 팀마다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적어도 타자 부문에서는 MVP 후보를 다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투수는 다르다. 타이틀 홀더가 아니면 MVP에 오르기 쉽지 않다. 타자처럼 매일 출전하지 못하는 핸디캡이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 수상자가 가끔 MVP에 오르는데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등 주요 타이틀을 차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점에 비춰보면 투수 중에서는 넥센 히어로즈 밴 헤켄이 MVP에 가장 가까워 보인다.

투표가 실시되는 페넌트레이스 종료일, 과연 어떤 선수들이 MVP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릴 지 지켜 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