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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가 살아야 롯데가 깨어난다

팀 스포츠인 야구는 선수별로 팀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있다. 그 수치가 눈으로 보이는 건 아니다. 팬들의 기대치, 구단에서 생각하는 선수의 활약 예상 정도, 팬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도로 보면 된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롯데 자이언츠에서 안방마님 강민호의 점유율이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다. 강민호는 롯데 구단이 2000년대 중반부터 작정하고 키워낸 대표 브랜드다. '강민호=롯데 자이언츠'란 등식으로 봐도 무방하다. 강민호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었고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다. 4년 75억원이라는 FA 최고액을 경신하며 롯데 잔류를 선택했다. 롯데는 자신들이 키운 국내 최고 포수를 다른 팀에 빼앗길 수 없었다. 강민호 역시 롯데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건 모험이었다. 둘은 그렇데 '윈윈'을 했다.

강민호는 26일 사직 삼성전에서 장타 3방을 쳤다. 2루타→3루타→홈런 순이었다. 강민호가 이번 시즌 치른 83경기 중 아주 좋은 타격감을 보여준 몇 안 되는 경기로 꼽을 만하다. 강민호는 신본기의 외야 희생 플라이 때 홈으로 쇄도하면서 재치있는 슬라이딩으로 세이프가 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롯데는 비록 불펜 싸움에서 밀리면서 삼성에 7대10으로 졌다. 연패를 끊지 못했지만 그래도 무기력하지는 않았다.

강민호의 장타가 나올 때마다 관중석의 분위기는 살아났다. 요즘 롯데 홈인 사직구장에선 관중이 주는 속도가 가파르다. 이런 상황에서 강민호의 호쾌한 타격과 허슬플레이는 롯데팬들의 식어가는 가슴에 다시 불을 댕길 수 있다.

팀에서도 마찬가지다. 강민호의 올해 연봉은 10억원. 롯데 선수 중 최고 금액이다. 경영진 보다 강민호의 연봉이 더 많다. 많은 연봉은 그 만큼의 책임을 동반한다. 고액 연봉 선수가 그것에 어울리는 경기력과 팀 공헌도를 보여주어야 그 팀이 제대로 굴러가게 돼 있다.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주춤하면 팀 '케미스트리'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소지가 충분하다.

강민호는 올해 마음 고생이 심하다. 시즌 초반부터 지금까지 타율은 2할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11홈런, 29타점. 한 번 떨어진 타격감을 되찾는데 긴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팬들이 봐왔던 강민호의 모습과는 너무 달랐다. 슬럼프가 너무 길었다. KIA 송은범에게 직구 헤드샷을 맞고 2군으로 한 번 내려갔었다. 그리고 다시 올라왔다가 타격 부진으로 다시 2군을 갔다왔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그러면서도 강민호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았다. 결국 강민호가 해줘야 롯데가 살 수 있다고 봤다.

강민호는 26일 삼성전에서 보여준 타격감을 계속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단발성으로 끊나서는 곤란하다. 롯데는 요즘 계속 승률 5할과 멀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팀 순위 4위와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다시 반등하기 위해선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 강민호가 그 역할을 해주면 반등폭은 더 클 수 있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