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군도'강동원 '배우로서 늘 배수진을 친다'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는 분명 의적떼가 주인공이다. 홍길동의 후예를 자처한 지리산 추설의 이야기. 영화를 보는 내내 유쾌, 상쾌, 통쾌한 액션에 빠져든다. 헌데 '공공의 적'으로 등장한 조윤(강동원)에게 자꾸 빠져드는 이유가 뭘까. 우수에 찬 눈망울, 여자보다 가녀린 얼굴선, 고고한 학을 연상케하는 긴 팔과 다리를 소유한 조윤은 아름다웠다. 조윤의 상투가 풀어지는 장면에서는 영화관 곳곳에서 "꺄악~"하는 탄성이 날 정도다.

오죽하면 강동원의 조명만 특별하게? 해 준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들게 했을까. 물론 윤종빈 감독은 "영화 찍으면서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봤다. 그런 일은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 모든 건 강동원때문이다. 여자보다 예쁜 남자 강동원을 인터뷰했다. (이하 '일문일답')

-'군도'에서 첫 촬영씬은 무엇이었나?

▶ 총 쏘는 씬이었다. 안경쓰고, 총 쏘는 씬. 그게 첫 씬이었다. 그날은 긴장이 안됐다. 사실 영화 촬영을 하면 할수록 긴장이 된다.

-조윤 역이 액션이 많은 역할이다. 준비는 어떻게 했나?

▶ '군도'라는 액션, 오락 영화에서 내가 맡은 역은 극명했다. 액션을 잘하는 것이 첫 번째라고 믿었다. 4,5달 동안 액션 훈련에 올인했다. 처음 영화 계약할 때부터 무술팀에 무조건 한 명 붙여달라고 했다. 그 사람과 연습하고 싶다고 말이다. 액션스쿨에 갈 때마다 사람이 바뀌는 것도 싫고, 그러면 힘들더라. 돈이 좀 들더라도 한 명을 고정적으로 붙여달라고 했다.

-액션 연기에 힘을 준 부분이 있다면?

▶ 조윤은 무시무시하다는 생각이 들어야 했다. 한 방 먹으면 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검의 달인으로 나오지 않나. 기본기부터 엄청 연습했다. 기본 칼베기를 정하고, 매일 몇 백 번씩 하고, 달리기 하고, 체력 운동하고, 칼 무게가 엄청 무겁다. 웨이트 트레이닝이며 사이클까지 열심히 운동했다.

-가장 애먹었던 액션씬이 있었다면.

▶ 감독이 롱테이크를 선호했다. 30대 1로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롱테이크라서 합을 다 맞췄다. 이틀 정도 촬영했던 것 같다.

-강동원이 아니라면 조윤은 없었다고 하더라.

▶ 영화 촬영이 끝날 때 즈음 감독이 말하더라. 나를 두고, 이 영화를 엎을까 말까를 고민했다고. 사실 처음 만났을 때 마음을 굳혔었다. 윤종빈 감독의 매력이랄까. 예전부터 감독이 아이템이 있는데, 하정우랑 함께 할 작품인데, 내 역할은 악역이다. 해보겠느냐고 하더라.아무 상관없다고 시나리오 나오면 보여달라고 했다.

-시나리오 선정 기준이 있나요.

▶ 제일 중요한 게 시나리오 완성도와 감독이 얼마나 잘 찍을 수 있을지를 중요하게 본다.

-4년 만에 복귀작인데 멀티 캐스팅에 악역이다. 선택에 아쉬움도 있었지 않나.

▶그런 이야기가 좀 있었는데,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는 있을지언정 내가 악역을 하고 말고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 않나.

-조윤 역할에 롤모델은 있었나?

▶딱히 없었다. 영화를 시작할 때 레퍼런스가 있기도 한데, 이번 영화는 편하게 접근했다. 감독이 '우리들이 행복한 시간'과 '전우치'가 좋았다고 하더라. 약간 유아적인 느낌? 조윤도 그런 유아적인 색이 있다. 롤모델은 딱히 없었다.

-배우 강동원 말고 사람 강동원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사생활에 대해 거의 알려지지 않는 배우더라. 이번에도 예능 프로그램에 홍보를 위한 출연은 자제하지 않았나?

▶사적인 부분을 드러내서 어떤 선입견을 만드는 게 너무 싫다. 아무래도 예능을 하다보면 배우들한테 선입견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나. 작품 캐릭터에 점점 몰입하기 힘들지 않을까. 물론 잘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나는 자신이 없다. 그게 내 연기관이겠다. 원래 성격도 나대는 성격과는 거리가 멀고,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친한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예전에는 축구도 하고 했는데, 이제는 축구도 안한다. 어쨌든 운동을 가면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러면 신경이 쓰이더라.

-신비주의라고 봐도 될까.

▶ 스타일리스트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주변에서 나를 그렇게 본다고. 그냥 연기자로서 이 세상 사람 같지 않다고 하는데, 그게 장단점이 있다고 본다. 사적인 부분을 최대한 절제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도 있는 건데, 꼭 신비주의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또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을 절대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비 합리적인 것도 싫어하고, 그러다보니 노출이 있는 행사도 가고 싶지 않으려하고, 그래서 오해를 받는 거 같다.

- 배우 생활을 하면서 상처를 받은 적이 있나보다.

▶ 있긴 있다. 어떤 이유인지는 굳이 기사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코멘트를 전제로 이야기했다.)

-언제쯤 편해질까. 스타 강동원의 관심이.

▶그런 시기가 언젠가는 올 거라 생각한다. 다만 지금은 원하지 않는다.

-그럴 때 힘이 돼주는 사람이 있지 않나.

▶ 윤종빈 감독, 김민석 감독. 김민석 감독은 정말 내 편 입장에서 이야기해준다. '동원씨 잘못 없슈'라는 식 말이다. 윤 감독은 같이 욕하는 스타일이다. 내 대신 더 화를 내주는 캐릭터다.

-어쨌거나 오랫동안 주목받지 않았나. 비결이 있다면.

▶ 감독들이 나를 대할 때 나는 배수진을 많이 치고 사는 편이다. 솔직히 연기가 안되면 안한다. 다른 일을 구태여 벌이려고 하지 않는다. 1차적으로 관객이 날 찾지 않으면 인기도 소용이 없는 거 아닌가. 그래서 연기에 있어서는 배수진을 친다는 마음으로 각오를 하고 하는 편이다.

- 잘생긴 얼굴 때문에 연기력이 묻힌다는 평에 대해서는.

▶ 사실 예전에 망언으로 오른 적이 한 번 있다. '내가 잘 생기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라는 말이었는데, 앞 뒤로 말이 다 잘리면서 원래 말하려는 의도와 다르게 나갔다. 물론 지금 생각해봐도 적절한 대답은 아니었다. 충분히 오해를 살 수 있겠더라. 사실 잘생겼다는 평가에 대해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내 배우로서 평가를 뛰어넘는 것도 숙제 아니겠나. 그것을 뛰어넘지 못하면 그게 한계이지 않을까.

- 상투적인 질문일 수 있겠지만, 어떤 배우로 남길 원하는가.

▶ 최고의 배우가 되고 싶다. 부연 설명이 길게 나갔지만, 모든 면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 상업적인 영화에서나 국내에서나, 국제 무대에서나 항상 최고가 되기위해 노력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군도'를 촬영하면서 윤종빈 감독과 하정우와의 작업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 일단 정우 형은 유쾌하게 이끌어나갈 줄 안다. 정우 형만 보고 있으면 촬영장이 즐겁다. 윤종빈 감독은 작업하면서 약간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 있었다. 영화를 찍는 것을 보고, 버릴 것을 잘 버릴 줄 아는 감독이더라. 그 판단이 엄청나게 빠르더라.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