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차범근과 손흥민의 '코리아투어', 시공을 초월하다

30년 전 '갈색 폭격기' 차범근(61·SBS 해설위원)이 레버쿠젠에 둥지를 틀었다.

다름슈타트(1978~1979)와 프랑크푸르트(1979~1983)를 거친 그는 이미 독일 분데스리가의 간판 스타였다. 프랑크푸르트에서 1979~1980시즌 UEFA(유럽축구연맹)컵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980~1981시즌에는 FA컵인 DFB-포칼에서 챔피언에 올랐다. 외국인 선수 가운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이탈리아 세리에A 등 러브콜이 쇄도했지만 그의 선택은 레버쿠젠이었다. 1983~1984시즌이었다. 그는 6시즌간 활약하며 185경기에서 52골을 터트렸다. 1987~1988시즌에는 다시 한번 UEFA컵 정상에 올랐다.

1989년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찍은 그는 분데스리가에서 11시즌 활약하며 308경기에 출전, 98골을 터트렸다. '차붐'이 고유명사였다. 대포가 폭발하는 소리인 'bum(붐)'이라는 단어가 붙을 정도로 골결정력과 스피드는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코리아 분데스리거' 가운데 '레전드'는 차범근만의 영역이다.

30년이 흘러 또 한 명이 그 길을 걷고 있다. 손흥민(22)이다. 전 FC서울 유스팀인 동북고에 재학중이던 그는 2008년 일찌감치 분데스리가로 방향을 틀었다. 함부르크에 둥지를 튼 손흥민은 2010년 10월 30일 쾰른전에서 프로 데뷔골을 터트렸다. 18세 3개월 22일이었다. 39년 동안 이어져 온 함부르크의 팀 최연소 득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만프레트 칼츠가 1971년 10월 2일에 세운 18세 8개월 26일이었다.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큰 물에서 러브콜이 왔다. 레버쿠젠이었다. 지난해 6월 팀 창단 후 최고 이적료를 경신했다. 함부르크에 1000만유로(약 145억원)를 선물했다. 차범근이 레버쿠젠에 둥지를 튼 지 30년 만에 손흥민이 새 역사를 세웠다. 이름값도 했다. 그는 2013~2014시즌 정규리그에서 10골을 기록(총 12골), 두 시즌 연속 두 자릿 수 득점을 달성했다.

'원조 차붐' 차범근은 흥분했다. '제2의 차붐' 손흥민을 인정했다. "문전으로 향하는 본능적인 움직임을 보면 내 젊은 시절의 모습이 겹쳐 떠오른다. 경기를 볼 때마다 내가 하는 것 같은 것을 느낀다". "흥민이는 젊고 분데스리가에 계속 남는다면 내 기록(308경기 98골)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이 충분하다." 그가 남긴 어록이다.

2014년 7월 30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 '레전드'와 '현역'이 만난다. 손흥민이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국내 무대에 선다. 코리아투어의 상대는 FC서울이다. 차범근은 시축을 한 후 관중석에서 '레버쿠젠의 향수'를 만끽한다. 지난해 서울에 둥지를 튼 아들 차두리(34)도 그라운드를 누빌 예정이라 행복은 '두 배'다.

상암벌은 레버쿠젠의 과거와 현재가 함께하는 색다른 자리다. 시공을 초월해 한국 축구의 환희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무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