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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디 마리아 떠나면 마켈렐레 재앙 재연?

레알 마드리드가 다시 한번 '지구방위대'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거머쥔 독일의 핵심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를 3000만유로에 영입한데 이어, 브라질월드컵 득점왕에 오른 하메스 로드리게스 마저 8000만유로에 데려왔다. 로드리게스의 이적료는 가레스 베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이상 레알 마드리드),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에 이은 역대 4번째에 해당한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은 말그대로 '별들의 집합소'다. '세계 최고의 선수' 호날두를 비롯해 '1억유로의 사나이' 베일 '프랑스 에이스' 카림 벤제마, 이른바 BBC 트리오에 크로스+로드리게스까지 더했다.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 수아레스, 네이마르 'MSN 트리오' 못지 않은 공격진을 구축했다. 스피드와 기술, 득점력까지 모두 갖춘 '꿈의 공격진'이다. 스페인 언론을 중심으로 레알 마드리드가 라다멜 팔카오(AS모나코), 로멜루 루카쿠(에버턴) 등을 추가로 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현재 공격진에 만족한다며 추가 영입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로드리게스는 8월 1일 합류한다. 무척 젊은 선수고 클럽에 있어서는 장래에 대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며 "벤제마는 신뢰할 수 있는 선수다. 이스코처럼 가짜 9번을 소화할 수 있는 다른 선수들도 있다. 이제 공격수를 영입할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레알 마드리드는 공격력을 강화하며 11번째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공격진 보강이 자칫 밸런스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크로스와 로드리게스를 영입하며 투자한 돈을 메우기 위해 일부 선수들의 방출을 고려 중이다. 앙헬 디 마리아가 첫 손에 꼽힌다. 디 마리아는 5000만유로 이상의 이적료로 파리생제르맹행이 가까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디 마리아는 지난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일등공신이었다. 베일이 영입되며 중앙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긴 디 마리아는 특유의 축구센스와 기동력으로 레알 마드리드 중원의 핵심 역할을 해왔다. 디 마리아가 떠날 경우 레알 마드리드에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

현재 레알 마드리드는 사비 알론소와 사비 케디라, 루카 모드리치, 아시에르 이야라멘디, 이스코 등 풍부한 중원 자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실은 다르다. 알론소는 장기인 중장거리 패스는 여전하지만, 잦은 부상에 시달리는 등 신체적인 부분은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케디라의 경우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부상에서 완벽히 회복했지만, 재계약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미 아스널, 첼시 이적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야라멘디는 아직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자리를 꿰차기에는 경험과 능력에서 부족해 보이고, 이스코 역시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디 마리아처럼 뒷공간과 중원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기동력과 수비력을 두루 갖춘 미드필더가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안첼로티 감독은 중원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밸런스다. AC밀란에서는 4-3-1-2와 4-3-2-1 포메이션을 혼용하며 중원 구축에 많은 힘을 쏟았다. 수비적인 선수와 기동력이 좋은 선수, 축구 지능이 높은 선수들을 함께 배치해 팀 전체의 밸런스를 높이는 것이 안첼로티 감독의 스타일이다. 첼시, 파리생제르맹 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안첼로티 감독은 지난시즌 초반 미드필드 구축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디 마리아의 포지션 변경이 성공을 거두며 탄탄한 중원을 만들었다. 안첼로티 감독이 로드리게스 영입설 당시 "기존의 선수들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던 이유 역시 중원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비싼 돈을 들여 영입한만큼 로드리게스와 크로스는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결국 레알 마드리드는 살림꾼 없이 중원을 꾸려야 한다. '중원의 핵' 모드리치의 부담감이 커졌다. 하지만 모드리치 역시 수비력이 좋은 선수는 아니다. 스페인 언론은 이스코에게 디 마리아 역할을 맡기거나, 아예 새로운 미드필더를 더할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팀의 중심을 잡아주던 '소금' 클로드 메켈렐레를 보내고 공격진에 숫자를 더하다 팀이 망가진 경험을 갖고 있다. 1골을 먹으면 2골을 넣을 수 있는 최강의 공격진이 있지만, 중원의 해법을 찾지 못할 경우 올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의외로 고전할 가능성도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