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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감동' 넘친 올스타전이 던진 희망의 메시지

장맛비는 새롭게 꿈틀대기 시작한 K-리그를 위한 하늘의 세리머니었다. 상암벌에 '대한민국' 대신 'K-리그'가 메아리쳤다.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팀 K-리그'와 '팀 박지성'의 대결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 with 팀 박지성이 '흥행 대박'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5만113명의 구름 관중이 몰렸다. 5만5874명의 관중속에서 치러진 2003년 올스타전 이후 11년만에 '올스타전 5만 관중시대'가 다시 열렸다. 역대 올스타전 최다관중 순위 5위다. 역대 1위는 1999년 올스타전(6만5872명)이었다.

선수들은 철저한 준비로 팬들에게 웃음꽃을 선사했다. 팬들은 열대야의 무더위를 뚫어내는 함성으로 올스타들의 힘을 북돋웠다. 선수들과 팬들의 하모니로부터 K-리그의 장밋빛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희망이 샘솟았다. 2014년 올스타전은 '한여름밤의 축구 축제'였다.

올스타전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골 세리머니'였다. 80분간 눈코뜰새없이 12골이 터져 나왔고 웃음과 감동 세리머니가 그라운드를 수놓았다. 올스타전 스토리의 한 축을 담당한 박지성은 은퇴-결혼 축하 선물을 세리머니로 받았다. '팀 박지성'의 강수일(포항)이 올스타전의 첫 축포를 터트리자 박지성을 위한 '웨딩 세리머니'가 펼쳐졌다. 하객으로 변신한 동료들의 도움 속에 박지성은 '예비 신부' 역할을 능청스럽게 해낸 김병지(전남)과 함께 웨딩마치를 선보였다. 박지성도 동료와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는 3-4로 뒤진 후반 13분 마침내 은퇴 기념 축포를 터트렸다. 한국 축구팬들을 감동으로 몰아 넣었던 2002년 한-일월드컵의 포옹 세리머니가 다시 상암벌에서 펼쳐졌다. 업그레이드됐다. 히딩크 감독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박지성의 머리를 수건으로 덮었고, 그 속에서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과 진한 포옹을 나눴다. 마지막은 피날레였다. '팀 박지성'의 다섯번째 골이 터지자 박지성이 하늘을 날았다. 그라운드와 이별을 고한 한국 축구의 레전드를 위해 후배들이 준비한 선물은 '헹가래' 세리머니였다.

K-리거 올스타들의 재치와 유머감각도 압권이었다. 브라질월드컵의 명장면이 재연됐다. '꽃미남' 임상협(부산)의 '수아레스 빙의' 세리머니에 5만여 관중이 폭소했다. 골 직후 연신 동료의 어깨를 깨물었다.브라질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키엘리니의 어깨를 물었던 '핵이빨' 수아레스를 패러디했다. 곧이어 차두리와 김진규(이상 서울)가 임상협에게 물세례를 퍼부으며 대미를 장식했다. 흠뻑 젖은 임상협은 기다렸다는 듯 상의탈의를 감행했다. '빨랫판 복근'으로 상암벌 여심을 뒤흔들었다. 이근호(상주)는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러시아전 골 세리머니를 자체 패러디해 큰웃음을 선사했다. 이종호(전남)와 김신욱(울산)의 '낚시 세리머니'에선 김신욱의 열연이 화제가 됐다. 올스타전 역사상 가장 큰 '대어'가 잡혔다. 이종호가 골직후 벤치쪽으로 낚싯줄을 던지기 무섭게, 1m96의 '거인' 김신욱이 그라운드까지 팔딱거리며 기어나왔다. '연기대상'이 아깝지 않을 혼신의 연기였다. 짜릿한 골 폭풍, 재치만점 세리머니 홍수 속에 올스타전은 6대6, 사이좋게 마무리됐다.

올스타전의 감동과 환희가 던져준 메시지는 명확했다. 철저한 준비, 질 좋은 콘텐츠가 팬들의 발걸음을 K-리그 경기장으로 이끈다는 진리다. 트랙터를 타고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인 이근호의 '올스타전 홍보 영상'에 팬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팬사인회에는 1000여 명의 팬들을 모였다. 화제가 넘친 세리머니 등 콘텐츠 파워에 그라운드가 춤을 췄다. 대형 스타와, 팬서비스, 다양한 스토리가 경기력 못지 않게 중요한 흥행 요소라는 사실이 재차 증명됐다. 침체된 K-리그 그라운드에 오랜만에 울려펴진 함성의 메아리에 선수도, 팬들도 새 희망을 찾았다.

박지성은 "올해 대표팀이 좋지 않은 결과를 냈지만 팬들이 한국 축구에 대해 기대하는 부분을 성원으로 보여주셨다고 본다. K-리그 활성화의 씨앗은 우리가 갖고 있다. 과거처럼 잠깐 자라다 마는게 아니라 크게 싹을 틔울 수 있도록 튼실하게 가꿔, 리그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번 올스타전의 모습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볼 수 있었던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앞으로 발전 방향을 잘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