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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의 상암벌 해피엔딩,'굿바이' 아닌 '소롱'이다

그가 걸어온 길이 곧 한국 축구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는 서막이었다. 실력과 언어의 장벽을 깬 그를 두고 네덜란드 팬들은 '위숭빠레'라는 응원가를 헌사했다. 별들의 전쟁인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명문 AC밀란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다. 세계 최고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받은 전화는 또 다른 도전의 시작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이 그의 발 아래 놓였다. '두 개의 심장' '산소탱크'라는 수식어는 영예로운 훈장이었다. 왜소한 체격 탓에 아버지가 산과 들을 헤집어 잡은 개구리 즙을 달여 먹으면서 와신상담했던 소년은 한국 축구의 역사와 위상을 바꿔놓았다.

20여년 간 쉼없이 달려온 박지성(33)의 종착역은 상암벌이었다. 꿈에 그리던 국내 무대 활약으로 채색했다.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년 K-리그 올스타전이 영웅의 피날레였다. 상암벌 하늘을 수놓은 굵은 장맛비는 아쉬움의 눈물이었다. 관중석을 메운 5만113명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렸다. 58분 간 종횡무진 활약했다. 얼굴엔 시종일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전반전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후반전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온 그의 모습에 상암벌에는 '위숭빠레' 응원가가 메아리쳤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불 꺼진 그라운드에 홀로 선 박지성은 작별을 아쉬워 하는 팬들의 함성에 박수로 답했다.

'선수' 박지성은 상암벌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굿바이(Good bye)'가 아닌 '소롱(So long)'이다. 새로운 미래가 박지성을 기다리고 있다. 축구계는 박지성이 어떤 형태로든 한국 축구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박지성 본인도 길을 찾는 중이다. 가장 유력한 미래는 축구행정가 변신이다. 박지성은 현역 시절 은퇴 후 축구 행정가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차례 밝혀왔다. 2012년 모교 명지대에서 체육학 석사 학위를 받으며 준비를 마쳤다. 박지성은 "(은퇴 뒤) 학교에 다니거나 팀에 들어가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조금씩 지식을 쌓으면 나중에는 한국축구를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러고 말했다. 그간 박지성이 내놓은 발언에 비춰보면 향후 유럽에서 행정가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경험을 쌓는 활동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축구연맹(FIFA) 마스터코스에 참가해 국제적인 활동을 하는 방향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이런 활동은 한국 축구 위상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맨유라는 세계적인 구단에서 8년간 뛴 박지성은 한국축구의 얼굴로 손색이 없다. 전 세계 축구계 인사들과 친숙할 뿐만 아니라 영어에도 능통하다. 박지성은 한국 축구의 국제 외교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최상의 카드다.

유소년 육성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소년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미 지난 2010년 자신의 이름을 딴 유소년축구센터를 수원에 만들었다. 유럽에서 선진화된 유소년 축구시스템을 보고 배운 만큼 한국축구에 접목시킬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도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은사' 거스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의 미래를 밝게 내다봤다. 그는 "박지성은 유럽에 진출할 때 잉글랜드로 바로 가지 않고 자신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네덜란드 리그를 선택했다.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 위해 좋은 전략을 실행했다"며 "박지성은 충분히 현명한 선수인데다 언제나 감동적인 헌신을 해왔다. 다음 목표인 행정가로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