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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전]박지성의 작별, 6대6 올스타전의 시작과 끝

장맛비는 하늘의 세리머니였다. 5만113명이 운집했다.

파도타기 응원에 "대~한민국"이 메아리쳤다. 환성과 폭소, 탄성이 가득했다.

꿈에 그리던 환희가 12년 만에 재현됐다. 21세 미래는 현역에서 은퇴했다. 중년의 감독은 일흔을 바라보는 할아버지가 됐다. 세월은 흘렀지만 감동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더 이상 보지 못할 마지막 추억이었다. 후반 13분이었다. 맨유에서 뛸 때 달던 배번과 같은 시각이었다. 박지성이 은퇴경기에서 골을 터트렸다. 여지없이 전매특허 세리머니가 나왔다. 한국 축구팬들을 감동으로 몰아 넣었던 2002년 한-일월드컵의 포옹 세리머니였다.

업그레이드됐다. 잠시 뜸을 들인 그는 그라운드에서 동료들과 기쁨을 먼저 나눴다. 그리고는 곧장 벤치에 있는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뛰어 가 품에 안겼다. 또 달랐다. 히딩크 감독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박지성을 껴 안고 수건으로 두 사람의 머리를 가렸다. 수건 속에서 둘만의 진한 포옹이 지속됐다.

12년 전인 2002년 6월 14일 둘의 각본없는 드라마가 세상에 나왔다.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이었다. 후반 25분 감각적인 발리슛으로 골문을 연 박지성은 '쉿 세리머니'를 한 후 히딩크 감독에게 내달렸다. 박지성이 히딩크 감독의 품에 안기는 순간 대한민국은 구름 위를 걸었다. 16강 그림이 완성됐다. 히딩크호는 이어 16강 이탈리아, 8강 스페인을 넘어 4강 신화를 완성했다.

박지성은 히딩크 감독이 빚은 작품이다. 월드컵에 발탁했고, 유럽으로 길을 인도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후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으로 이적한 박지성 2005년 7월 맨유로 이적하기 전까지 함께 호흡했다. 그리고 박지성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라운드와 이별을 선택했고, 네덜란드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히딩크 감독은 한걸음에 달려와 벤치를 지켰다.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 with 팀 박지성'이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팀 박지성'과 '팀 K-리그'가 충돌했다.

주연은 박지성이었다. 그는 가장 큰 환호를 받으며 등장했다. 꿈의 휘슬이 울렸다. '팀 박지성'이 3-0으로 앞섰다. 27일 결혼식을 올리는 박지성을 위한 '웨딩 세리머니'에 이어 정조국은 박지성의 포옹 세리머니를 재연했다. 그리고 '팀 K-리그'의 추격이 시작됐다. 골키퍼 김승규가 페널티킥으로 만회골을 터트렸다. 이근호의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 골 세리머니가 이어졌고, 페널티킥을 허용한 박지성은 옐로카드를 받았다. 윤빛가람이 한 골을 보태 전반은 '팀 박지성'이 3-2로 리드한채 마쳤다.

후반에도 골폭죽이 이어졌다. 임상협이 왼발로 골을 성공시킨 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곧이어 임상협이 수아레스로 빙의했다. 임상협은 자신의 득점을 축하해주기 위해 다가오는 동료선수들의 어깨를 무는 시늉을 하면서 2014년 브라질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키엘리니의 어깨를 물었던 수아레스 흉내를 냈다. 관중들의 웃음바다 속에 차두리와 김진규(이상 서울)가 벤치에 있던 물통을 임상협에게 끼얹으면서 대미를 장식했다. 흠뻑 젖은 임상협은 과감하게 상의를 그라운드에 내동댕이 치면서 '빨랫판 복근'을 과시, 상암벌을 찾은 여심을 흔들었다.

임상협의 복근 과시에 후반전 주심으로 나선 '뱃살텔리' 최용수 서울 감독의 심기가 끓어 올랐다. 최 감독은 이동국의 만류를 뿌리치고 임상협에게 다가가 경고카드를 꺼내들었다. 2분 뒤 이동국이 발리슛으로 한 골을 더 보태 4-3으로 리드를 잡았다. 박지성이 동점골을 터트린 데 이어 김 현이 재역전골을 터트렸다. 김 현은 박지성을 먼저 찾았다. '팀 박지성'의 동료들이 모두 모였다. 곧이어 박지성이 하늘을 날았다. 동료들의 헹가래 속에 박지성은 세 번이나 하늘을 날며 은퇴경기에서 귀중한 선물을 받았다. '팀 K-리그'의 이동국과 이종호가 각각 한 골씩을 더 보탰고, '팀 박지성'은 이천수가 대미를 장식했다. 사이좋게 6대6으로 막을 내렸다.

박지성은 기자단 투표에서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했다.

휘슬이 울리고 조명이 꺼졌다. 박지성과 작별의 시간이 마련됐다. 그는 대한민국의 영웅이었다. 전설 박지성은 그라운드를 떠나지만, 감동의 그림자는 영원할 것이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