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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하나 놓고 대치 5시간…유대균 순순히 밖으로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찰관 8명은 25일 오후 2시께부터 유대균(44) 씨가 머무르던 경기도 용인시 오피스텔 앞에서 잠복을 시작했다.
오피스텔 주인이자 유씨 수행원의 여동생인 하모(35)씨가 지난 5월 이후 이 오피스텔에 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수도요금과 전기료가 계속 나오자 경찰이 유씨의 은신처로 이곳을 특정한 것이다.
경찰은 유씨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집의 현관문을 오후 5시께부터 계속 두들겼으나 안에서는 인기척이 없었다.
그렇게 1시간이 흘렀다. 경찰은 유씨가 집안에 있는지 최종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오피스텔 관리인을 대동해 현관문 비밀번호를 눌렀다. 비밀번호는 사전에 하씨로부터 알아낸 것이었다.
집주인이 알려준 제대로 된 비밀번호를 눌렀는데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집안 쪽에서 잠금장치를 걸어두면 비밀번호를 맞게 눌러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관리인의 말에 따라 경찰은 유씨가 집안에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경찰은 이에 본격적인 검거 작전에 나섰다.
장기간 도피 중인 유씨의 심리 상태가 불안할 것으로 예상돼 투신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소방당국의 협조도 구했다.
소방당국은 즉시 출동해 오피스텔 주변에 매트리스를 깔고 외벽에는 고가 사다리를 설치하는 등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췄다.
경찰은 '안에 있는 것을 알고 있으니 문을 열어라'고 반복하면서 계속 문을 두들겼으나 유씨는 긴 침묵을 지켰다.
경찰이 '문을 부수겠다'고 열쇠공을 부른 뒤에야 유씨는 오후 7시께 침묵을 깨고 문을 열었다. 문이 열렸을 때 함께 검거된 도피 조력자 박수경(34·여) 씨는 유씨 바로 옆에 서 있었다. 이들은 인천청 광수대에 압송될 당시와 같은 검은색 상·하의를 이미 갖춰 입고 있었다.
집안에서는 밧데리가 나간 폴더형 휴대전화 1대와 먼지가 수북이 쌓인 노트북 1대가 발견됐다. 텔레비전은 없었다.
밖으로 내다 버리지 못한 쓰레기 더미들도 집안에 잔뜩 쌓여 있었다. 냉장고는 주스, 김치 등 일반 가정집의 냉장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물들로 채워져 있었다.
경찰은 하씨가 이들에게 음식물을 지속적으로, 최근까지 공급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유씨와 박씨를 바로 체포해 호송차량에 태우고 광수대로 향했다.
차량 안에서 경찰관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유씨에게 전하자 유씨는 잠시 침묵한 뒤 "사실이냐"고 되물었다. 텔레비전, 휴대전화, 인터넷을 끊고 세상과 격리된 채 장기 도피 생활을 해 온 유씨는 부친의 사망 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유씨는 조용히 울먹였다.
유씨는 일부러 외부와 스스로를 격리시켰으며, 도피 생활 동안 책을 읽었다고 경찰관에게 말했다.
광수대에 도착한 유씨는 부친의 사망에 대한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 "부모와 자식 사이에 부모가 돌아가셨는데 자식이 기분이 어떻겠습니까"라고 작은 목소리로 답하며 울먹였다.
긴 도피생활 끝에 검거된 유씨와 박씨는 광수대에서 약 5분간 신원확인을 마친 뒤 인천지검으로 압송됐다.
erika@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