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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주 전남감독,이광종호와 '상생의 철학'

"인천아시안게임이 고비가 될 수 있다."

리그 3위를 질주하는 하석주 전남 감독의 눈은 벌써부터 9월 인천아시안게임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6월1일 '이광종호'의 쿠웨이트와의 평가전, 이종호 김영욱 안용우 3명의 전남맨이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핵심전력 3명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소속팀 감독 입장에선 '난 자리'에 대한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9월 위기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하 감독은 '위기'보다 '상생'을 강조했다.

하 감독은 태극마크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아는 국가대표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인천아시안게임을 향한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당장의 팀 성적도 중요하지만, 축구선배이자 지도자로서 선수의 꿈을 키워주고, 무조건 밀어줘야 한다고 믿는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기량을 끌어올리고, 적극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것 역시 한국축구 발전을 위한 클럽 감독의 역할이라 믿는다.

선수별로 아시안게임 맞춤형 전술과 미션을 부여하고 있다. K-리그 득점랭킹 1위 이종호에게는 멀티 포지션을 주문하고 있다. 18명 엔트리, 좁은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멀티플레이어의 자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1~2년차때 센터포워드로 자주 나섰던 이종호는 올시즌 주로 오른쪽에 선다. 대선배 현영민과 오른쪽 라인을 오르내리며 공수에서 발을 맞춘다. 베테랑 수비수 현영민과 함께하며 위치선정 능력이 더욱 좋아졌다.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파고들고, 중앙에서 바깥으로 돌아나가는 움직임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공간이 열렸다. 16경기에서 9골을 터뜨리며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왼발의 윙어' 프로 1년차 안용우는 전남 전술의 핵이다. 칭찬에 인색한 하 감독이 "내 신인 때보다 훨씬 잘한다"며 극찬하는 선수다. 왼쪽라인을 타고 달리는, 질풍같은 스피드와 폭풍같은 크로스는 팬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는다. 지난해 U-리그 영남1권역에서 동의대의 2년 연속 무패우승을 이끌었고, U-리그 18경기에서 5골14도움을 기록했다. 안용우를 보기 위해 동의대의 연습경기 현장을 3번이나 찾았을 만큼, '매의 눈' 하 감독이 공을 들인 선수다. 난생 처음 태극마크를 단 쿠웨이트전에서도 안용우는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오롯이 펼쳐보였다.

이종호, 안용우가 좋은 흐름을 이어가자, 하 감독은 전남유스 출신 미드필더 김영욱에게 눈을 돌렸다. 기존의 이승희-이현승 라인에 올시즌 송창호 김영우 등 미드필더진이 보강되며 김영욱은 시즌 초반 충분한 기회를 받지 못했다. 지동원-이종호-황도연 등과 함께 광양제철고 무패행진을 이끌며 연령별 대표팀에서 활약해온 김영욱에게 인천아시안게임은 오래전부터 가슴속에 품어온 꿈이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 하 감독은 지난 12일 15라운드 상주 상무전에서 김영욱을 선발로 내세웠다. 곱상한 꽃미남 외모에 터프하게 공을 차는 '반전매력'의 김영욱은 그간의 굶주림을 보란듯이 풀어냈다. 2연승을 달리던 상주의 중원을 필사적으로 틀어막았다.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하 감독은 "오랜만의 선발이었는데도 준비가 잘 돼 있었다. 주문한 대로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폭염속 일주일에 3경기가 펼쳐지는 살인 일정속에 김영욱의 활약은 선수 로테이션에도 큰 힘이 됐다. 23일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 제주 원정에도 하 감독은 이종호 안용우 김영욱 등 '이광종호 삼총사'를 선발로 내세웠다.

하 감독은 선수를 살리고, 팀을 살리고, '이광종호'를 살리는 일석삼조의 전략을 아시안게임 때까지 고수할 생각이다. '상생의 철학' '희망의 축구'는 올시즌 잘나가는 전남의 힘이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