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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11승 류현진, 도대체 주무기는 무엇

도대체 그의 주무기는 무엇인가.

투수가 던질 수 있는 일반적인 구종은 직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네 종류다. 이 가운데 두 가지 구종을 잘 던지면 롱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네 가지 구종을 모두 잘 던지기란 참으로 힘들다. 그립과 손목의 회전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LA 다저스 류현진은 4개 구종을 모두 잘 던지는 몇 안되는 투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팀 동료인 내셔널리그 최고의 투수 클레이튼 커쇼는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위주로 투구를 한다. 체인지업은 거의 던지지 않는다.

류현진은 22일(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7이닝 동안 5안타 2실점의 산뜻한 투구를 하며 시즌 11승을 따냈다. 다저스는 류현진의 호투를 앞세워 5대2로 승리했다. 후반기 첫 등판에서 기분좋은 승리를 거둔 류현진은 지난해 기록한 14승을 가볍게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류현진은 4회 2실점한 것을 제외하고 완벽한 투구로 피츠버그 타선을 제압했다. 특별한 위기도 없었다. 볼배합과 제구력, 경기운영능력 모두 나무랄데 없었다. 네 가지 구종을 고루 던지며 자신의 강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피츠버그 타자들이 '도대체 류현진의 주무기는 무엇인가'라고 느낄 정도로 현란한 볼배합이 압권이었다.

1회 선두타자 조시 해리슨을 상대로 류현진은 네 가지 구종을 모두 던졌다. 경기 전 연습 투구에서 4개 구종이 모두 잘 들어갔기 때문에 선두 타자를 상대로 시험을 해 본 것이다. 결국 류현진은 7구째 시속 92마일(약 148km) 직구로 해리슨을 3루수 땅볼로 가볍게 처리했다. 이어 스털링 마르테를 92마일 직구로 중견수플라이로 잡은 뒤 피츠버그의 간판 타자 앤드류 맥커친을 88마일(약 142km)짜리 빠른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처리했다.

2회 역시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를 골고루 던지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선두 가비 산체스를 87마일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낸 류현진은 닐 워커에게 초구 91마일(약 147km) 직구를 스크라이크존 한복판에 던져 우전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러셀 마틴과 조디 머서를 각각 삼진과 중견수플라이로 처리, 이닝을 마쳤다.

3회를 3자범퇴로 막아낸 류현진은 4회 안타 3개와 볼넷 1개를 한꺼번에 내주며 2실점했다. 3회까지 완벽한 투구가 약간의 방심으로 이어진 듯했다. 제구가 높았고, 한복판으로 쏠린 공이 많았다. 1사 후 맥커친에게 93마일 직구를 던지다 2루수쪽으로 직선으로 날아가는 내야안타를 허용한 류현진은 산체스를 중견수플라이로 잡았지만, 워커에게 볼넷을 내줘 2사 1,2루의 위기에 몰렸다. 이어 마틴에게 풀카운트에서 던진 87마일(약 140km) 슬라이더가 밋밋하게 떨어지는 바람에 우전적시타를 내줘 첫 실점을 했다. 머서에게는 마음에 급했는지 초구부터 카운트를 잡으려 93마일(약 150km) 직구를 한가운데로 꽂다 우전적시타를 맞고 말았다.

그러나 류현진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마이클 마르티네스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4회를 마친 류현진은 5회 에딘슨 볼케스, 해리슨, 마르테를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호투를 이어갔다. 6회에는 공 8개를 던져 중심타선 맥커친, 산체스, 워커를 모두 범타로 제압했다. 이들을 상대로 던진 승부구는 슬라이더, 직구, 커브로 각각 달랐다. 류현진의 진가가 드러난 압권의 이닝이었다. 류현진은 7회 2사 후 안타를 맞았으나, 대타 트래비스 스나이더를 86마일(약 138km)짜리 슬라이더로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올시즌 류현진의 구종별 비율은 직구 53.1%, 슬라이더 12.0%, 커브 11.6%, 체인지업 20.0%, 컷패스트볼 2.3%다. 이날 피츠버그를 상대로는 커브를 19개 던지며 타자들의 배팅타이밍을 효과적으로 빼앗았다. 평균자책점을 3.39로 낮춘 류현진에게 주무기는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