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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선 러시아 이적, 윤덕여 女대표팀감독의 고민

'박라탄' 박은선(28·서울시청)의 러시아 여자프로축구 WFC로시얀카 이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자축구 한 관계자는 21일 "구단주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가가 떨어지면, 이적이 확정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1990년 창단한 WFC로시얀카는 모스크바 인근 크라스노아메이스크를 연고로 하는 구단이다. 러시아 여자축구리그 4회 우승, 5회 준우승에 빛나는 명문구단이지만 최근 7팀 중 5위로 추락하며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적극적인 팀 리빌딩에 나서며, '아시안컵 득점왕' 박은선에게 손을 내밀었다. 연봉은 8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청과의 자매결연 및 선수단 전훈 교류 등의 조항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서정호 서울시청 감독의 만류로, 올시즌을 마친 후 해외이적을 계획했던 박은선이 마음을 바꾸었다. 지난시즌 WK-리그 정규리그에서 19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오른 박은선은 서울시청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개인과 팀이 최고의 성적을 거둔 직후인 지난해 10월, WK-리그 지도자들의 '성희롱 사건'에 마음을 크게 다쳤다. WK-리그 6개구단 감독들이 간담회에서 '박은선의 성별검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리그를 보이콧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들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판단, 대한축구협회 및 여자축구연맹에 징계를 권했지만, 수개월째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아버지처럼 믿고 따르던 소속팀 서 감독이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서 감독은 지난 4월 WK리그 2014 7라운드 대전스포츠토토와의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강력하게 항의하며 선수단을 철수시켰다. 사상 첫 몰수패 경기 직후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박은선은 지난 5월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에 발탁돼 베트남 여자아시안컵에 나섰다. '지메시' 지소연(23·첼시 레이디스)과 투톱으로 나서,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다. 6골을 몰아치며 득점왕에 올랐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WK-리그는 행복하지 않았다. 로시얀카의 적극적인 러브콜에 마음이 움직였다. 박은선은 이적을 결심했다. 가장 사랑했지만, 가장 힘들었던 '편견의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했다. 러시아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박은선의 러시아 진출 소식에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은 축하와 우려를 동시에 표했다. "은선이가 해외 무대에 진출해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경험을 쌓고, 자신의 능력을 펼치게 된 것은 선수 본인의 발전을 위해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전제했다. 우려는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한 것이다. 지난 3월 키프러스컵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3위에 올랐다. 지난 5월 아시안컵에서 4위에 오르며 캐나다여자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윤덕여호'는 안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월드클래스 투톱' 박은선-지소연을 앞세워 최고의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에이스 박은선의 갑작스러운 이적 선언은 윤 감독에게도 돌발변수다. 아시안게임은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인정하는 A매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출전을 위해서는 개별적인 협의 및 해당구단의 동의가 필요하다. 윤 감독은 "러시아리그 이적후 한달만에 시작되는 아시안게임에 소속팀에서 차출을 허락해줄지가 관건이다. 국내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은 팬들이 기대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대회다. 이적이 성사된다면, 계약조항에 차출허가 조항을 넣는 문제를 제안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9월15일 첫경기, 10월 1일 결승전이 잡혀있는 만큼 보름 정도의 차출 기간이 필요하다. 첼시레이디스에서 활약중인 지소연의 경우에도 구단의 동의가 필요하다. 9월22일~10월5일 사이 리그 경기 일정이 없는 만큼 첼시측과 긍정적인 협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자대표팀의 빠듯한 소집 일정 역시 관건이다. 현재 WK-리그를 운영하는 여자축구연맹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아시안컵 때와 마찬가지로 18명의 최종 엔트리 중 절반 이상이 리그 1위 현대제철, 2위 고양대교 선수로 구성될 것이 유력하다. 8월18일 28라운드 종료 후 현 순위가 확정될 경우 포스트시즌 일정 역시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