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넥센 '멀티맨' 로티노, 2번까지 차지하나

넥센 히어로즈의 '멀티맨' 비니 로티노(34)는 만능이다.

팀이 필요하다고 하면 외야와 내야를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포수 포지션도 척척 소화해낸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벌써 좌익수와 1루수 그리고 포수로 선발 출전했다. 올해 이렇게 다양한 포지션에서 선발로 나선 선수는 오직 로티노 뿐이다. 현장에서는 농담으로 "저러다 투수까지 하는 것 아니냐"라는 말까지 나온다. 팀이 요구하면 언제나 '예스!'. 감독의 입장에서는 마음에 쏙 들 수밖에 없다.

여기까진 수비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로티노는 최근 들어서는 타격감도 매섭다. 개막 직후에는 방망이가 침묵했지만, 어느새 시즌 타율이 3할7푼5리(24일 기준)까지 치솟았다. 최근 일주일간 타율이 5할(8타수 4안타)이다. 출루율도 5할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이 점에 주목했다.

로티노가 24일 목동 롯데 자이언츠전에 시즌 처음으로 2번 타자로 나왔다. 그간 로티노는 7번 타자로 3경기, 8번 타자로 8경기, 9번 타자로 2경기에 출전했었다. 테이블세터진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의 날카로운 타격감과 뛰어난 출루율을 감안한 염 감독의 노림수. 게다가 로티노는 주루플레이나 작전수행능력도 뛰어난 편이다.

염 감독의 노림수가 빛을 발했다. 아니 어쩌면, 로티노는 이미 2번 타자까지 소화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었다고 봐야할 듯 하다. 처음으로 나선 테이블 세터자리에서 로티노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이날 2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로티노는 1회 2루타를 쳐 후속 김민성의 좌전 적시타 때 홈을 밟아 팀의 첫 득점을 올렸다. 이어 2회에는 좌전안타, 4회에는 3루수쪽 내야안타로 3연타석 안타를 기록했다. 이날 최종기록은 5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 시즌 네 번째 '3안타 경기'를 달성했다. 테이블 세터로서 더할나위 없는 맹활약이다.

수비로도 빛을 뿜었다. 롯데가 0-2로 뒤진 2회말 공격. 무사 만루에서 롯데 9번 정 훈이 좌전 적시타를 날렸다. 3루 주자 황재균, 2루 주자 강민호가 손쉽게 홈을 밟아 동점이 됐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아웃카운트가 로티노의 손끝에서 나왔다.

1루 주자 문규현까지 3루로 뛰었는데, 로티노가 3루에 정확히 송구해 문규현을 태그아웃 시킨 것. 만약 문규현이 3루에서 살았다면 롯데는 역전까지 노려볼 수도 있었다. 단순한 아웃카운트 1개가 아니라 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아웃을 로티노가 만들어낸 것이다.

로티노는 시즌 개막 직후에는 물음표가 달린 선수였다. 그러나 이제는 팀에 절대로 없어서는 안되는 선수가 됐다. 공격과 수비에서 그만큼 폭넓은 가용폭을 가진 선수도 없다. 앞으로 테이블세터진에 계속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로티노는 "2번 타순은 처음이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 어떤 타순이든 팀이 원하면 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똑부러지게 말했다.

로티노의 멀티 활약은 염 감독의 판단력과 승부수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로티노가 모든 역할을 충실히 소화낼 수 있는 준비된 선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목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