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포항 유스 '걸작' 김승대, 5G 연속골로 서울 징크스 깼다

포항에게 '멀티'는 생존이다. 외국인 선수 없는 옅은 선수층 탓이다. 멀티의 중심에는 '제로톱'과 '화수분 축구'가 있다.

포지션 구분이 없는 제로톱은 누구든 득점을 터뜨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프로 2년차 김승대가 될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측면 공격수의 한계를 뛰어 넘었다. K-리그 클래식 뿐만 아니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골폭죽을 터뜨렸다. 리그 개인 득점 랭킹에서는 '진격의 거인' 김신욱(울산)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됐다.

김승대는 포항의 유스 시스템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걸작'이다. 포항제철동초를 시작으로 제철중-포철공고 등 포항의 초중고 유스 시스템 속에서 성장했다. 2010년 포항과 상호 협력 관계인 영남대에 진학해 프로 데뷔를 준비해왔고, 지난해 K-리그에 발을 내딛었다. 데뷔 초만 해도 쟁쟁한 선배들 속에서 백업 역할에 그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후반기 줄부상 속에 황선홍 포항 감독의 낙점을 받았다. 빠른 발과 위치 선정 등 무엇 하나 나무랄 게 없었다. 올 시즌에는 초반부터 무서운 기세로 '킬러 본능'을 뽐내고 있다. 황 감독은 "지도자 시절을 하면서 초반부터 이렇게 빠른 속도로 득점을 올리는 선수는 없었다. 기대 이상의 활약"이라고 놀라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었던 '황새'의 눈에는 미완성 킬러다. "득점 패턴을 보면 역습 상황에서의 골이 많았다.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선 수비수가 밀집된 상황에서도 득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제자를 향한 애정어린 충고였다.

제자는 스승의 조언을 그대로 실천에 옮겼다. 김승대는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서울과의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9라운드에서 후반 31분 김재성의 패스를 결승골로 연결시키면서 팀의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김재성이 아크 오른쪽에서 넘겨준 볼을 잡아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골키퍼와 맞서 그대로 오른발슛으로 마무리 했다. 황 감독이 의도했던 장면을 그대로 실천에 옮겼다. 이날 골로 지난달 26일 전북전부터 이어진 김승대의 리그 연속골 행진은 5경기(6골)로 늘어났다. 득점랭킹에서 김신욱(5골)을 제치고 단독 선두로 뛰어 올랐다. ACL 기록까지 합하면 7경기 연속골(8골)의 파죽지세다. 시즌 14경기 만에 두 자릿수 득점(10골)에 도달했다. 이 골로 포항은 2006년 8월 30일부터 7년 7개월 간 이어져 온 서울전 무승 징크스를 날려 보냈다.

황 감독은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제 역할을 다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득점을 만들어 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승대는 "상대 수비수가 달려오는 장면에서 한 번 볼을 접으니 골키퍼가 나오는 모습이 보이더라. 침착하게 넣으려고 했다"고 골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사실 포지션 상 예전부터 득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고 웃으며 "지난해에는 무조건 열심히 하자는 생각만 했는데, 올해는 전방에 자리를 잡는 경우가 많았다. 찬스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더니 좋은 결과가 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암=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