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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은 왜]황선홍, 최용수에게 단 하나 이긴 것은?

"타이밍상 적기인 것 같은데 간단하지는 않다. 하지만 어렵게라도 깨고 싶다". 황선홍 포항 감독의 바람이었다.

"징크스가 다 깨지고 있는데…. 포항은 깰 수 있는 팀이고, 그런 역량을 갖췄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우린 손해볼게 없다." 최용수 서울 감독의 배수진이었다.

슈팅수 11대3, 유효 슈팅수 7대2, 볼점유율 57대43…. 11위 FC서울이 압도했다. 그러나 축구는 골로 말한다. 결국은 결정력이었다. 선두 포항이 천신만고 끝에 승점 3점을 챙겼다. 포항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서울과의 원정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후반 31분 '신흥 킬러' 김승대가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렸다.

8년 징크스가 무너졌다. 포항은 2006년 8월 30일 이후 서울 원정 11경기 연속 무승의 늪(2무9패)에서 허우적거렸다. 드디어 이날 빛을 봤다. 포항은 이명주가 경고누적, 신광훈, 김대호가 부상과 컨디션 저하로 결장했다. 서울은 고요한이 왼쪽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비웠다.

황 감독은 최 감독과의 지략대결에서 '딱' 하나 이겼다. 골이었다.

▶내용보다는 결과였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변수는 크지 않았다. 포항은 주중 일본, 서울은 호주 원정을 다녀왔다. 두 팀 모두 적지에서 승리했다. '황새'와 '독수리'의 혈투, 선수들의 투혼도 상승했다. 황 감독은 지난해 마지막 서울 원정에서 0대2로 패한 후 "징크스가 아닌 줄 알았는데 징크스가 맞나보다"고 했다. 최 감독은 이날 "호주에서 좋은 기운을 받았다. 위기라면 위기지만 포항전에서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한다. 오늘 경기가 기대된다"고 했다.

뚜껑이 열렸다. '독수리'가 경기를 지배했다. 오른쪽 윙백 차두리의 에너지는 활력소였다. 윤일록은 일취월장했다. 하지만 클래식 5골의 '득점력 빈곤'은 계속됐다. 에스쿠데로의 1대1 찬스는 허공으로 날아갔고, 김진규의 프리킥은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황 감독은 일방적인 수세에 후반 시작과 함께 고무열을 투입했다. 14분 뒤에는 강수일 대신 손준호를 교체투입했다. 두 팀의 공방은 절정의 골감각을 자랑하는 김승대의 한 방에 갈렸다. 황 감독은 일전을 앞두고 김승대에 대해 "기대 이상이다. 부산을 거쳐 포항 감독을 하고 있지만 리그 초반 이같은 골페이스는 보지 못했다"며 혀를 찼다. 현실이었다.

최 감독은 땅을 쳤다. "전반 초반부터 좋은 흐름을 잡았다. 이후에도 경기력을 잘 유지했다. 하지만 매번 이야기하지만 찬스 상황에서 과감하지 못했다." 황 감독은 역시 결과였다. "내용은 만족스럽진 못하지만 결과적으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승리했다."

▶두 사령탑의 승부욕

최 감독은 서울 원정팀에 사령탑에게는 전화로 안부를 묻는다. 황 감독에게는 생략했다. "각오가 비장한지 전화가 안 오더라." 황 감독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최 감독은 "애정이 많이 식었다"며 웃었다. "3년 동안 전화를 했는데 이젠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 적장을 무너뜨려야 한다. 오늘은 18명의 선수 명단이 아닌 감독 이름만 보이더라."

둘의 승부욕의 화신이다. 흐름은 또 달랐다. 포항은 2연패 후 5승1무로 1위, 서울은 1승3무4패, 승점 5점으로 11위에 포진해 있었다. 포항은 고삐를 늦출 수 없었고, 서울은 반전이 절실했다. 황 감독의 날이었다. 그는 1승을 추가하며 선두를 유지했다. 최 감독과의 사령탑 대결에서도 6승2무4패로 우위를 이어갔다. 반면 서울은 11위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경기마다 발전하는 선수들이 있다. 정체된 선수들도 있다. 예년과 다른 선수 구성이다. 하파엘이 다소 처져 있어 김현성을 투입했다. 2경기를 쉬고 체력적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슈팅이 없었다는 부분은 본인이 느껴야 할 부분이다." 최 감독의 아픔이었다.

황 감독은 "징크스를 깨기 위해선 배 이상의 힘이 필요하다. 경기 중에는 무승부도 염두에 뒀다. 선수들이 서울을 이기겠다는 의지가 그라운드에 드러났다"며 안도했다.

그라운드는 희비가 존재한다. 두 사령탑의 라이벌 대결은 계속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