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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한승혁, '선발 완성'을 위해 남은 숙제는?

아직까지는 '가능성 확인'이나 '희망 신호' 정도로 보는 게 적합할 듯 하다.

KIA 타이거즈의 새로운 선발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우완투수 한승혁(21)에게 '성공'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너무 이르다. 자칫 이런 호평에 일찍 젖게되면 지금까지 힘겹게 만들어 온 것들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지금은 좀 더 단단해져야 할 시기다.

한승혁은 지난주 KIA에서 유일하게 선발승을 따낸 투수였다. 에이스 양현종이나 일본리그 다승왕 출신의 D.J. 홀튼도 일단 지난주 만큼은 한승혁보다 못했다. 이들 원투펀치는 기대와 달리 쉽게 무너졌다.

선발투수의 갑작스러운 난조. 시즌을 치르다보면 얼마든지 서너 번쯤 나올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위기의 극복 방법. 전력이 강한 팀일수록 이런 타이밍을 탄탄한 불펜의 힘으로 넘긴다거나 아니면 또 다른 기대주를 내세워 극복해낸다. 사실 KIA는 이런 면에서 문제를 갖고 있었다. '강팀'이라 하기 어려웠던 이유. 불펜이 선발의 위기를 커버해줄 만큼 단단하지 못하다. 또 기대주의 인력풀도 그렇게 크지 않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한승혁의 두 차례(15일 광주 한화전, 20일 인천 SK전) 선발 호투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선수 자신도 만족스러웠고, 특히 팀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하지만 이런 희망의 시나리오와 현실의 간극이 얼마일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한승혁이 아직 '완성형 선발'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발 투수의 최대 미덕은 '꾸준함'에 있다. 한 시즌 동안 선발 로테이션을 건강하게 잘 지켜주는 게 가장 좋다. 여기에 비교적 낮은 평균자책점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 외부 변수가 많이 개입될 수 있는 '승패'는 선발투수의 가치 척도에서 뒤로 밀린다.

바로 이 '꾸준함'의 측면에서 볼 때 한승혁은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 과연 지난 두 경기에서 보였던 빛나는 호투를 시즌 막판까지 유지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일단, 팔꿈치 수술 경력이 있다. 2011년 KIA에 입단한 뒤 곧바로 수술을 받고 2012년은 통채로 재활만 했다. 2013년이 돼서야 겨우 중간계투로 1군에 조심스럽게 선을 보였다. 재활을 마친 직후라 중간계투로 조금씩 던질 수 밖에 없었다. 캠프에서도 본격적인 선발 훈련을 하지 못했다. 때문에 시즌 중후반 특히 여름 장마철에 체력 난조로 부진에 빠질 수 있다. 스스로 관리도 해야겠지만, 특히 팀 차원에서 한승혁이 부진에 빠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또 하나 우려되는 점은 바로 제구력의 불안정이다. 일단 한승혁의 공은 호쾌한 매력이 있다. 150㎞를 넘는 무서운 직구가 때때로 어디로 박힐 지 모르게 날아온다. 이런 '와일드씽'의 매력은 과거 LA다저스 시절의 박찬호를 연상케 한다.

그런데 이런 면이 매력적이기도 한 순간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제구력이 흔들리면 볼이 많아진다. 볼이 많아지면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소극적으로 공을 던질 수밖에 없다. 타자의 노림수에 쉽게 넘어가 장타를 내준다. 이렇게 되면 투구수가 크게 늘어난다. 그 끝은 조기 강판이다.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결국 제구력을 더 안정적으로 가다듬을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한승혁이 결정구로 포크볼을 자주 던진다는 면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타자를 속이기 쉬운 구종인데, 잘못 던지면 팔꿈치를 또 다칠 수 있다. 포크볼이라는 구종 자체가 '부상 유발 구종'이라는 건 아니다. 다만, 투구법의 특성상 팔꿈치 근육이나 어깨에 과부하가 걸리기 쉽다. 선수의 신체적 특성과 투구 스타일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다.

한승혁은 팔꿈치 수술을 받은 지 불과 3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부상은 완치됐고, 재활도 성공적이었다. 150㎞가 넘는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포크볼을 자주, 그리고 많이 던지면 몸에도 그만큼의 데미지가 쌓인다. 이 데미지를 해소하려면 충분한 강화 훈련으로 근육과 인대를 단단하게 다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포크볼을 던지면 안된다'가 아니라 포크볼을 던지려면 미리부터 충분한 강화 훈련으로 몸을 다져놔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앞으로 한승혁이 해내야 할 숙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다 해냈을 때 비로소 '가능성'의 꼬리표를 떼고 '성공'의 훈장을 달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