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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자의 開口]통쾌한 복수, 그러나 인정해야 할 현실

"꼭 이겨야 했고, 이기고 싶었던 경기였다." 당연했다. 기자도 바랐다. 꼭 그렇게 해주기를. 너무 얄미웠다. 화가 났다.

최강희 감독의 전북이 그렇게 해줬다. 2일 광저우 헝다를 꺾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4차전에서 1대0으로 이겼다.

경기 후반 10명으로 맞섰다. 정 혁이 퇴장당했다. 힘겨웠다. 후반 31분, 가슴이 '뻥' 뚫렸다. 레오나르도의 오른발 논스톱 발리슈팅이 터졌다. 골망이 출렁거렸다. 전주성이 난리가 났다.

초반부터 전북 선수들은 무서웠다. 복수혈전이 따로 없었다. 눈에서 '레이저'를 뿜었다. 광저우 선수들을 압도했다. 플레이도 그랬다. 뛰고 또 뛰었다.

지난 경기가 그만큼 억울했다. 지난달 18일 원정경기였다. 골을 도둑맞았다. 정인환의 동점골에 반칙 휘슬이 울렸다. 맥이 빠졌다. 1대3으로 졌다. 최 감독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식이면 아시아에서 광저우를 이길 팀은 없다"며 "이번에도 광저우가 우승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는 "지난 경기 후 몇일 동안 잠을 못 잤다. K-리그가 진행 중이었지만 광저우전만 계속 생각났다. 우리 선수들도 내일 경기를 기다려 왔다. 반드시 이겨서 팀 분위기를 바꾸겠다"고 칼을 갈았다. 그 칼은 날카로웠다. 광저우의 콧대를 '싹뚝' 잘라버렸다. 승리 뒤 "꼭 이겨야 했고, 이기고 싶었던 경기였다. 지난 원정에서 우리가 아픔을 겪었고 그 패배가 팀 분위기를 안 좋게 만들었다. 오늘 경기는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중요한 분위기를 끼칠 수 있는 경기였다. 선수들이 10명이 싸우면서도 이기고자 하는 큰 투혼으로 승리를 했다.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웃었다.

같은 마음이었다. 광저우 리피 감독의 행동은 화를 더 돋구웠다. 한국축구를 무시했다. 기자회견도 거부했다. 안하무인이었다. 참 나, 언제부터 중국에게 이런 대접을 받았나.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꼭 이겨주기를 바랐다.

통쾌했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만 할 수 있는 상황일까. 아닌 것 같다. 현실은 다른 말을 한다.

최근 중국축구는 엄청난 발전을 했다. 엄청난 투자 덕분이다. 니콜라 아넬카(프랑스), 디디에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 루카스 바리오스(파라과이) 등 화려한 스타들이 거쳐갔다. 이번 시즌에도 프레데릭 카누테(말리), 아예그베니 야쿠부(나이지리아), 알레산드로 디아만티(이탈리아) 등 각국 대표 선수들이 뛰고 있다. K-리그 외국인선수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물론 외국인선수의 질이 리그의 질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순수 중국선수들의 수준은 아직 그만큼은 아니다. 하지만 투자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의 축구에 대한 투자는 엄청나다. 비싼 스타들을 데려오는 데 아낌없이 쓴다. 그들의 질높은 플레이는 결국 슈퍼리그에 큰 도움이 된다. 경쟁력을 높여준다. 수준을 끌어올린다.

K-리그는 정반대다. 투자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지난해 연봉공개를 이유로 돈지갑을 열지 않는다. '현명한' 전북 정도만 멀리 내다본다. 위축된 분위기속에서도 과감하게 돈을 쓴다. K-리그 대표 명문이라는 수원조차 투자 앞에서 벌벌 떠는 모양새다. 한파도 이런 한파가 없다.

몇 년 앞이 훤히 보인다.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는 이상, '공한증'은 없다. 뭐, 이미 사라지고 있는 듯 하다. 어느 순간 '공중증'이 생길 게 뻔하다.

언제까지 정신력만 강조할 수 없다. 집중력만 논할 수 없다. 과거는 과거다. 결국 객관적인 현실이 승패를 좌우한다. 중국축구의 성장에 놀라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다 돈 때문이야"라고 폄하할 때는 더더욱 아니다. 이대로라면 중국축구를 못 이길 때가 온다. 어떻게 해야할 지 답은 뻔하다. 투자와 관심, 손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