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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의 위건행, 왜 흐지부지 됐나

박주영(28·아스널)의 위건 임대가 결국 흐지부지되고 있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떠들썩 했던 영국 현지 언론들이 잠잠하다. 유력하게 점쳐졌던 흐름에 이상기류를 감지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선 '아스널에서 설 자리를 잃은 박주영에 위건이 손을 뻗치고 있다'고 전하고 있으나, 비슷한 내용만 반복될 뿐이다. 위건과 아스널, 박주영 모두 침묵 중이다. 키는 박주영이 쥐고 있다. 그렇다면 왜 박주영은 입을 다물고 있을까.

위건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오언 코일 위건 감독은 박주영을 3번째 스트라이커로 점찍고 임대를 시도했다. 최근 부상한 그랜트 홀트와 마크-앤소니 포춘의 대체자 역할을 맡길 계획이었다. 홀트와 포춘이 복귀하면 박주영의 입지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의 공백기간 어떤 활약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입지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출전 기회를 이유로 챔피언십(2부리그)행을 받아들인 마당에 입지가 확고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부분이 박주영에겐 부담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아스널 잔류 의지도 여전히 강력하다. 박주영은 지난 여름이적시장에서 새 둥지 찾기에 실패한 뒤 아스널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방침을 굳혔다. 겨울 이적시장까지는 도전을 계속한 뒤, 그래도 결실이 맺어지지 않는다면 새 둥지를 물색할 생각이다. 홍명보 A대표팀 감독 역시 지난 유럽 출장길에서 박주영의 의지를 확인한 바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소속 선수를 이적시장 외 기간에도 챔피언십 등 하부리그에 임대 보낼 수 있는 긴급임대(Emergency loan) 규정은 당장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꺼내들 수 있는 카드인 만큼, 본인의 다짐을 깨면서까지 위건행을 수락할 이유는 없었다.

불분명한 흐름도 불안감을 자극한 요인이다. 이번 위건 임대 건은 한국계 현지 대리인이 위건의 위임장을 받아 계약 건을 진행했다. 지난해 겨울에도 박주영의 풀럼 임대를 추진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당시 애매모호한 조건과 대리인의 불분명한 신분 등이 거론되면서 결국 아스널 잔류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유럽축구에 정통한 관계자는 "(대리인의) 신뢰도가 극히 떨어지다보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위건 측 대리인이 유럽 축구 이적시장 업무를 전담하는 인물을 통해 박주영의 위건행 설득을 부탁하기도 했으나, 수포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환경과 본인의 의지, 상황 등을 보면 박주영이 단기간 내에 위건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주영이 극적 반전을 시도할 지도 미지수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