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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토리] '용감한녀석들' 논란, 정치 풍자 어디까지 가능할까

제18대 대통령 선거는 끝났지만 그 후폭풍은 계속 되고 있다. 특히 이 후폭풍이 연예계까지 흔들고 있어 대중들의 관심이 높다. 정치 풍자라는 다소 미묘한 소재가 대선 이후 연예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속 '용감한 녀석들'팀의 정태호는 이번 대선에서 유난히 고난을 많이 겪고 있지만 꿋꿋이 정치 관련 '돌직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월 '용감한 녀석들'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선거법 위반행위로 고발을 당했다.

정태호는 당시 방송에서 대선 주자들을 언급하며 "이제 대선주자들이 슬슬 정해져 가고 있는데 벌써부터 먼지를 털고, 물어 뜯는다. 그렇게 18대 대통령이 되고 싶나?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약점을 찾는 게 아니다. 두 눈으로 우리 국민들 좀 바라보라"고 말했다. 이어 "어젯밤 꿈에 대통령이 된 사람이 나왔다"고 말했다는 이유에서 신고를 당한 것. 하지만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같은 논란은 대선이 끝난 후에도 이어졌다. 정태호는 지난 23일 방송한 '개콘'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한마디 하겠다. 서민들을 위한 정책, 학생, 기업들을 위한 정책들 잘 지키길 바란다"며 "하지만 한 가지는 절대 하지 말아라. 코미디. 코미디는 하지 말아라. 우리가 할 게 없다. 왜 이렇게 웃기냐. 국민 웃기는 건 내가 하겠다. 나랏일에만 신경 써라. 진짜 웃기고 싶으면 개콘에 나와서 웃겨라"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하지만 이 발언도 "대통령 당선자에게 무례하다"는 논란이 일었고 '개콘'의 연출을 맡고 있는 서수민 CP가 직접 자신의 트위터에 "이 녹화는 대선 당일 날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에게 동일한 내용의 발언을 한 것 입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래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급기야 '개콘' 홈페이지에 무편집본 동영상까지 올려놓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뿐만 아니다. 같은 날 방송한 '갑을컴퍼니' 코너에서 최효종이 "내가 지지 한 후보가 당선돼야 갑일까,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당선돼야 갑일까. 둘 다 을이다. 대통령 뭐 보고 뽑냐. 공약 보고 뽑지 않느냐. 역대 대통령 공약이 모두 실천됐다면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4만 달러 넘고 국민 모두가 중산층이고 재벌과 중소기업이 공존했을 거다. 지역감정 전혀 없고 농민들은 마음 놓고 농사지을 수 있는 나라가 됐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제발 국민 갑갑하게 하지말고 국민 모두 갑으로 만들어달라"고 말하자 이 발언까지 논란이 됐다.

tvN 'SNL코리아'의 '여의도 텔레토비' 코너도 논란에서 피할 수 없었다. 지난 10월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방통위를 상대로 국회에서 실시한 확인 국정감사에서 "'여의도 텔레토비'가 욕설이 심하고 특정후보를 비하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됐고 이들은 '문제없다'고 의결했다.

이같은 논란에서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연예인들이 대통령 당선자 등 특정인을 '디스'한 것인가, 아닌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감히 어떻게 대통령 당선자에게 함부로 그런 말을 할 수 있나'라는 의견과 '그 정도 말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이 나뉜 것이다.

하지만 방송 관계자들은 '정치 풍자'를 하나의 코미디 장르로 인식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사실 정치 풍자만큼 시청자들에게 피드백이 좋은 소재도 드물다. 한 방송 관계자는 "프랑스에서는 아예 정치 풍자만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우리가 보기에 과격할 정도의 정치 풍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며 "아직 우리나라는 유교적 상하관계에 대한 의식이 깊어 '무례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특정인에 대해 욕을 하거나 인신공격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정치 풍자라는 면에서 인정해주는 풍토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우리 방송 문화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정치 풍자가 가능한 시기가 왔나,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방송 문화의 선진화 여부를 판단하는 시선도 있다. 예의를 지키면서 풍자를 하기는 힘들다. 특히 승자의 입장에서는 더 관대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과도하게 편향적인 풍자가 문제다. 이는 분명히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앞으로도 방송에서 정치풍자에 대한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 풍자가 전혀없다면 그 코미디는 너무 획일적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적절한 수위의 정치 풍자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방송 종사자들은 앞으로 더욱 골머리를 썩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