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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단 유치 위해 축구단 해체, 이게 '축구수도' 수원?

지자체 소속 스포츠 팀의 생활은 팍팍하다. 남부럽지 않은 지원을 받으면서 운동을 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성적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팀도 부지기수다. 새해 시도 예산 편성 때마다 존폐여부에 가슴을 졸이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얄굳은 운명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현상들이 매년 반복되는 것이 일상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성적이 나쁘기 때문에, 시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팀을 해체한 뒤 선거철이 다가오면 새로운 팀을 만드는 일이 챗바퀴 돌아가듯 반복되고 있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가 없다. 이 과정에서 운동 하나만을 바라보고 뛰었던 선수들은 소외된다. 졸지에 실업자로 내몰리고, 결국 운동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해체 위기에 내몰린 WK-리그 수원시설관리공단(이하 수원FMC)은 이런 지자체 소속 스포츠 팀의 악순환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내년도 시 예산 재편성 과정에서 정리대상 1순위로 선정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WK-리그 우승 및 이듬해 리그 3위를 차지한 강팀이지만, 올해 리그 6위로 처진 성적에 더 주목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에서 운영하는 실업팀이 서울보다 많다. 시 재정상 부담이 크다"면서 "여자 축구단은 최근 성적이 부진한데다 수원에 연계되는 학교 여자 축구부가 없다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남자 팀인 수원시청을 중점 지원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중적인 잣대일 뿐이다. 수원시는 최근 프로야구 10구단 유치를 위해 고교 야구부 창단을 지원했다. 또한 초중고 야구부 추가 창단과 교통 등 인프라를 확대해 흑자구단 지원계획 등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까지 290억원을 투자해 수원 야구장을 2만5000석 규모로 리모델링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이럼에도 수원시 관계자는 "(구단 해체는) 대부분의 시도에서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일이다. 없어지는 팀이 있으면 생기는 팀도 있는 것이다. 이번 문제를 야구단 유치와 결부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취했다. 말과 행동의 차이가 크다.

프로야구 700만 관중 시대가 도래했다. 프로야구는 국내 최대 스포츠로 자리매김 했다. 창단 열기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다른 종목의 희생을 강요하는 수원시의 행태는 과연 무엇을 위한 프로구단 유치인지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야구단 유치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거창한 계획만 늘어놓는 수원시의 행태에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수원의 10구단 유치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창단승인이 떨어져야 확정이 된다. KT와 수원이 이미 어느 정도 의견을 조율한 상황이지만, KBO 이사회 소속 기존 8구단의 허락을 얻어내야 한다. 앞서 진행된 창단 논의를 생각해보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만약 창단이 불발된다면 그동안 수원시가 야구단만 믿고 추진해 온 계획의 부담은 모두 수원시민에게 지워질 수밖에 없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취임 전 수원FMC 선수단을 찾아가 적극지원을 약속했다. 선수들 손을 일일이 잡으면서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깔고 선수단을 확대해주며, 숙소 리모델링과 연봉 인상 등을 약속했다. 구단주다운 통큰 결정에 선수들을 환호했다. 그러나 당선 후 염 시장이 한 일은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숙소를 방문한 것 정도가 전부다. 대신 염 시장은 취임 2년 만에 수원FMC를 해체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선수들의 눈물겨운 호소는 공허하게 메아리 칠 뿐이다. '축구수도'라고 자부하는 수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울한 현실이다.

염 시장은 취임 전 K-리그 수원 삼성의 홈구장인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수원 서포터스 앞에서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행태를 보면 수원 삼성이 과연 '수원'이라는 연고 타이틀을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