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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200경기 박지성, 스타들의 무덤에서 살아남은 비결

24세의 박지성(31)이 2005년 7월 맨유 입단식을 할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버틸 거라고 전망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박지성을 유럽으로 데려간 히딩크 감독은 당시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에서 맨유로 이적하려는 박지성을 말렸다. 히딩크는 박지성이 맨유로 이적할 경우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거라고 했다. 그랬던 박지성이 일곱 시즌 만에 맨유 통산 2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웠다. 맨유 역사상 92번째 기록이다. 박지성은 "믿기지 않는다"는 소감을 밝혔다. 맨유가 어떤 클럽인가. 잉글랜드 최고를 넘어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함께 세계 넘버 원을 다툰다. 웬만한 선수는 맨유 유니폼을 입고 한 시즌도 버티기 어렵다. 아르헨티나 스타 후안 베론의 경우 두 시즌 동안 63경기를 뛰면서 실패작이라는 평가 속에 맨유를 떠났다. 네덜란드의 판 니스텔루이는 다섯 시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도 여섯 시즌 만에 맨유 유니폼을 벗었다.

▶위기는 많았지만 굴복하지 않았다

박지성은 6일(한국시각) 첼시전(3대3)에 후반 41분 교체 출전하면서 200경기 출전의 금자탑을 쌓았다. 그는 2005년 8월 데브레체니(헝가리)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예선전에서 조커로 투입, 맨유 데뷔전을 치렀다. 첫 골은 오랜기다림 끝에 133일 만인 버밍엄시티와의 칼링컵 경기에서 터졌다. 그렇게 박지성의 맨유 적응과정은 국내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유럽축구에서 아시아 출신 선수가 뿌리를 내린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한국인 중에는 1970~80년대 독일 무대에서 차범근이 성공한 이후 그 누구도 하지 못했다. 박지성도 맨유에서 정착하기 쉽지 않았다. 주전 경쟁은 일상 다반사가 됐다. 퍼거슨 감독은 매 시즌 스쿼드 보강을 위해 선수를 영입했다. 이적 초기, 낯선 팀동료들은 박지성에게 패스를 하길 꺼렸다. 아시아 선수들이 유럽 무대에서 당하는 신고식과 같았다. 빠른 경기 템포와 패스 스피드를 따라가기 위해 쉼없이 뛰어야 했다. 조금만 오래 볼을 끌고 있으면 바로 강한 태클이 들어왔다. A대표팀을 병행하면서 피로가 누적된 결과는 부상이었다. 2007년 4월, 오른무릎 연골을 다쳐 미국 콜로라도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오는데 8개월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 박지성은 무릎 말고도 발목, 허벅지 뒷근육 등의 부상으로 매 시즌 고생했다. 결국 2011년 1월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고, 이번 시즌은 부상없이 순항하고 있다.

▶퍼거슨과의 궁합이 잘 맞았다

현재 맨유 팀에서 박지성 보다 맨유 유니폼을 더 오래 입고 있는 선수는 긱스, 스콜스, 플레처, 퍼디낸드, 루니 다섯 명이다. 박지성이 8년째 맨유에서 버틸 수 있는 건 무척 신통한 일이다.

박지성은 맨유의 절대권력 퍼거슨 감독과의 신뢰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선수 계약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퍼거슨 감독의 눈밖에 났다면 박지성이 이렇게 오래 맨유에 남아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퍼거슨은 2~3년 전부터 박지성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갖고 있다. 아스널, 첼시 같은 강팀에 강한 '빅매치용'으로 인정했다. 성실하며 감독이 주문하는 전술 운영 능력이 탁월한 선수라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좀체 유럽에서 찾아보기 드문 스타일의 선수로 맨유 같은 강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인상을 남겼다. 퍼거슨이 싫어할 만한 튀는 행동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뛰는 것만으로도 한국의 이미지가 유럽에서 올라간다는 얘기가 있다. 그는 한국이 키운 최고의 민간 외교관인 셈이다. 또 박지성은 국내 축구 꿈나무들의 영웅이자 롤 모델이다. 그의 성공 스토리를 듣고 자란 박지성 키즈가 앞으로 한국축구의 근간이 될 것이다.

▶300경기도 가능할까

박지성은 선수 생활을 맨유에서 마감하고 싶어 한다. 맨유를 능가하는 팀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고의 시설과 수 억명의 팬, 80억원(추정)이 넘는 높은 연봉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굳이 다른 클럽으로 이적할 필요가 없다.

박지성과 맨유는 2013년 6월까지 계약돼 있다. 내년이면 그의 나이 32세. 맨유는 박지성의 경기력을 봐가면서 계약 연장을 시도할 것이다. 퍼거슨이 맨유에서 건재하고 박지성이 다치지만 않는다면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박지성은 이제 퍼거슨 축구에 완전히 녹아들어있다. 또 퍼거슨은 긱스, 스콜스 같은 베테랑들을 선호한다.

박지성은 지난 시즌까지 한 시즌 평균 30경기씩을 뛰었다. 따라서 앞으로 세 시즌 만 더 맨유에서 뛴다면 300경기 출전 기록도 달성할 수 있다. 박지성은 대표 은퇴 이후 이번 시즌 부상없이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고 있다. 이런 페이스로 컨디션을 관리한다면 경기력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71세인 퍼거슨은 앞으로 3년 더 맨유에서 감독직을 맡고 싶다고 했다. 부상만 없다면 박지성은 맨유에서 퍼거슨과 함께 그때까지 버틸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