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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대행 알바'..불법도 '서슴없이'

하객 대행, 심부름 대행 등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는 일을 대신 해주고 일정 금액의 돈을 받는 일명 '대행 아르바이트'가 점점 진화하면서 불법 대행업으로 변질되고 있다.
신용 불량자의 대출을 위해 거짓으로 재직확인을 해주거나 청소년에게 판매가 금지된 담배를 대신 사다주고 웃돈을 받는 등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대행 아르바이트가 성행하고 있지만 경찰의 단속은 어려운 실정이다.
29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한 대행 아르바이트 카페.
'사금융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재직 확인을 해 주겠다'는 글이 인터넷 게시판에 잇따라 올라왔다.
아이디 'aib****'는 "재직확인 전화 대행해 드립니다. 당연히 사업자 등록돼 있고 재직 증명서도 우편으로 발급 가능합니다"라며 사람들을 모집했다.
아이디 ' kk***'는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 등 재직확인(서울ㆍ경기) 전화받아드리구요. 일반개인유선이 아닌 멘트로 나가는 유선전화로 받아드려요. 다른데 부결나신 분도 제가 해서 대출받으신 분이 많네요. 당연히 114와 인터넷에 등록된 번호로 해드립니다"고 썼다.
보통 다니는 직장이 없거나 잦은 연체로 신용도가 낮은 대출자들은 제1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높은 이자를 감당하며 제2금융권이나 사금융을 찾게 된다.
재직확인 대행 업자들은 이들에게서 돈을 받고 대출 회사가 확인 전화를 걸어오면 마치 자신의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처럼 속여 '우리 직원이 맞다'고 증명해 주고 돈을 챙기는 것이다.
수원의 한 대행 업자는 "요즘 부쩍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면서 "대출 업체들은 보통 유선상으로 재직확인을 하기 때문에 재직 증명서를 발급해 오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안심시켰다.
이 업자는 "필요한 경우 3만원을 더 받고 재직 증명서를 떼 줄 수도 있다"고 꼬드겼다.
서울에 있는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며 '투잡'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남성은 "선불로 10만원을 받고 대출이 안 될 경우 7만원을 환불해 준다"면서 "동사무소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재직 기간은 1년, 현금으로 월 150만원을 받고 있다고 하면 된다"고 대출시 대처법을 상세하게 알려줬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대행 아르바이트도 등장했다.
청소년들에게 판매가 금지된 담배를 택배나 직거래로 전달한 뒤 한 갑당 1천원~3천원의 웃돈을 챙기는 것이다.
아이디 'apple40****'는 "인천이구요. 차량도 소유하고 있어 출장비 주시면 출장도 가능합니다"라는 글을 자신의 전화번호와 함께 게시판에 남겼고, 아이디 'chajoo****'는 "구름과자ㆍ알코올 구매 대행합니다"라고 썼다.
석ㆍ박사 논문을 대신 써 달라거나 차명계좌를 만들기 위해 명의를 빌려달라는 등 불법 대행을 부추기는 '불법 수요'도 많다.
단속을 해야 할 경찰은 '혐의를 입증하기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피해자가 뚜렷하지 않고 고소장이 접수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나서 단속을 하면 발뺌할 게 뻔하다"면서 "사업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전화로만 대행 아르바이트가 이뤄지다보니 단속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거짓으로 재직 증명을 확인해 준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면서 "청소년들에게 담배를 사다주고 이득을 챙기는 행위 또한 법적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so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