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전격적으로 사퇴를 표명한 김경문 감독과는 이날 오후 늦게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힘겨운 결정. 끝없이 추락하는 팀을 바라보며 그 누구와도 상의할 수 없는 외로운 결정을 내린 김 감독의 심정에 대해서는 이해를 하고도 남음이 있다. 두산 김승영 단장이 김 감독의 심정을 대신 전했다.
김 감독은 이날 서울 시내 모처에서 김승영 단장과 만나 사퇴의사를 전달했다. 김 단장은 "너무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계셨다. 감독이 책임을 지고 팀을 끌어가야 하고, 결과에 대해서는 남자답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무척 강했다"며 김 감독의 사퇴를 안타까워 했다.
김 단장은 "그동안 나한테 '항상 그만둘 준비가 돼있다'고 말해왔는데, 너무 괴로워 보였다"며 "지난 5월초 팀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도 사퇴의사를 밝힌 바 있었지만, 그때는 팀성적이 상위권이었고 시즌 초였기 때문에 말도 안된다고 말렸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2004년 사령탑에 오른 이후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 스타 선수로 키워내며 두산만의 강인한 야구를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김 단장은 "지금 선수들이 김 감독과 함께 하면서 성장했고, 두산의 야구가 명문 구단답게 뿌리내릴 수 있었던 것은 김 감독의 업적이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에 따르면 김 감독은 당분간 미국으로 건너가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 계획이다. 또 신변이 정리되는대로 구단에 들러 선수단과 프런트에 인사도 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로선 김 감독이 구체적인 거취 계획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단장은 "거취를 어떻게 결정할지는 모르겠으나, 구단으로서 할 수 있는 지원은 최대한 해 줄 것이다. 물론 올시즌 잔여 연봉은 지급된다"고 밝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