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와이스를 앞당겨서 기용한다고 반드시 승리하는 건 아니니…."
지난 3일 대전한화이글스파크. 두산 베어스와의 일전을 앞두고 있는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있던 문동주(21)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문동주는 올 시즌 두산을 상대로 3차례 만나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 평균자책점은 18.56에 달했다.
대안도 있었다. '에이스' 라이언 와이스와 순서를 바꾸는 방법도 있었다. 한화는 3일 대전에서 두산과 경기를 치른 뒤 4일 광주에서 KIA 타이거즈와 경기를 하는 일정이었다. 와이스가 지난달 28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 등판했던 만큼, 휴식일 문제는 없었다.
김 감독은 원래 순서를 고수했다. 문동주를 향한 믿음과 순리를 그대로 따르겠다는 생각이었다. 김 감독은 "(문)동주는 페이스가 굉장히 좋다. 와이스를 앞당겨서 기용한다고 반드시 승리하는 건 아니다"라며 "예전 문동주보다는 지금 문동주가 마운드에서 무게감이 있다.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어 "잘 던져서 첫 경기를 잘 풀어준다면 와이스에게 자연스럽게 간다. 와이스가 나오면 반드시 이겨야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문동주가 공도 잘 던지고 내용도 좋으니 잘할 거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의 계산은 적중했다. 문동주는 3일 두산을 상대로 6이닝 4안타 4사구 1개 8탈삼진 1실점으로 완벽한 피칭을 했다. 타선도 5회부터 시동이 걸리면서 7대1 완승을 했다.
문동주는 "안 좋다고 하기에는 안 좋은 건 사실이지만, 두산전에 약하다는 수식어가 붙기에는 표본이 너무 작다는 생각을 했다. 세 경기 못 했지만 앞으로 7번을 잘 던지면 못 한 게 3할 밖에 안 된다. 남은 7번을 믿고 있었다. 후반기 기세 좋아기 때문에 특히나 더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마운드에 올라갈 수 있었다"고 호투 비결을 설명했다.
또한 오히려 그동안 어려움을 줬던 팀을 상대로 마운드에 오른 만큼 부담도 덜었다. 문동주는 "앞선 경기에서는 1회에 타순이 한 바퀴 돌았다. 오늘은 8번타자까지만 막아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1회에 삼자범퇴를 했다. 이어가자는 생각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문동주가 '천적 극복'에 성공하면서 와이스는 조금 더 부담을 덜고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선두 KIA를 상대해 7⅔이닝 3안타(1홈런) 8탈삼진 1실점 만점 투구를 했다.
6위 자리를 굳게 지킨 한화는 2연승을 달리면서 59승2무63패로 5위 KT 위즈(62승2무64패)를 1경기 차로 추격했다. 또한 4위 두산(64승2무65패)에는 1.5경기 차가 됐다.
한화는 올 시즌을 마치면 이글스파크를 떠나 신구장에서 새롭게 출발하게 된다. 이글스파크의 마지막 장면을 '가을야구'로 장식할 수 있을까. 헛된 꿈은 아니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