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한국 유도 최중량급 간판' 김민종(23·양평군청)이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김민종은 2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100㎏ 이상급 8강전에서 우샹기 코카우리(아제르바이잔)에게 허벅다리걸기로 절반승했다. 4강에 진출한 김민종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에서 동메달을 거머쥔 조용철 이후 40년 만의 남자 최중량급 메달에 성큼 다가섰다.
한 차례씩 지도를 주고받은 김민종은 왼다리로 허벅다리를 걸어 상대를 한 바퀴 굴렸다. 첫 판정은 한판이었다가 절반으로 번복됐지만, 김민종은 남은 시간 27초 동안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김민종은 앞서 32강을 부전승으로 통과한데 이어 16강전에선 이브라힘 타타로글루(튀르키예)에게 한판승을 거뒀다. 경기를 침착하게 풀어나가던 김민종은 3분 29초에 소매들어허리채기로 절반을 따냈다. 김민종은 바닥에 엎어진 상대를 상대로 곧바로 꺾기 기술에 들어갔다. 격투기에서 '암바'로 불리는 팔가로누워꺾기로 항복을 받아냈다.
김민종은 이번 대회 한국 유도의 희망이다. 세계랭킹 1위, 올림픽랭킹 1위로 유력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김민종은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선수권 남자 최중량급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딴 건 1985년 조용철 현 대한유도회장 이후 39년 만이었다.
유도 남자 100㎏ 이상급은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이라 불린다. 해당 체급은 몸무게에 제한이 없어서 체격과 힘이 좋은 서양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기에 유리하다. 한국 유도는 올림픽 역사상 남자 최중량급에서 금메달을 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도쿄올림픽 유도 종목에서 9개 금메달을 쓸어 담았던 일본도 남자 100㎏ 이상급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메달 획득조차 실패했다.
김민종은 파리에서 유쾌한 반란을 꿈꾸고 있다. 지난 도쿄대회에서는 코로나19로 제대로 훈련하지 못한 여파로 16강 탈락했다. 절치부심한 김민종은 파리로 떠나며 "하늘이 감동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힘들고 고된 훈련을 버텼다. 이제 하늘이 뭔가를 선물해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민종은 한국 유도에 12년만의 올림픽 금메달을 안기겠다는 각오다. 그 꿈에 한발씩 다가서고 있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