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졌다. 아워홈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이 끊이질 않는다. 잠잠해질 만 하면 다시 시작이다. 남매, 자매의 난으로 불리는 굵직한 문제만 벌써 네 번째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아워홈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어떤 형태로든 빠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구지은 부회장 이사회 퇴출 '갈등 확대'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사내이사 임기 만료는 6월까지다. 현재 상황대로라면 6월 이후 경영자가 아닌 주주로만 남을 가능성이 있다. 회사 내부에선 6월 이후 주요 경영전략 수립 등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비공개로 열린 아워홈 주주총회에서 구 부회장이 제시한 본인 외 구명진씨 등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대신 구 부회장의 언니 구미현 씨와 구 씨의 남편 이영렬 전 한양대 의대 교수를 사내이사로 하는 주주제안을 가결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해당 안건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워홈 지분은 오너일가인 4남매가 98%를 보유 중이다.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 38.56%, 막내인 구지은 부회장 20.67%, 장녀인 구미현씨 19.28%, 차녀인 구명진씨가 19.6% 등이다. 구 전 부회장은 보복 운전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후 2021년 6월 대표이사에서 해임됐지만 이후 구 부회장과 소송전을 벌이며 갈등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워홈 오너가의 분쟁 주요 구도는 구 부회장과 구 전 부회장이지만 구미현씨가 중요한 키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구명진씨가 구 부회장의 아군으로 분류되지만, 구 부회장과 구 전 부회장의 지분율에 차이가 있어 구미현씨가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지분 대결의 승패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구미현씨는 2017년 전문경영인 선임과 관련해 구 전 부회장, 2021년에는 구 부회장을 지지하며 구본성 전 부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안을 결의하는 등 중요한 경영 현안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업계에선 구미현씨가 이번 주총에서 구 전 부회장의 편에 선 것은 아워홈의 배당 축소 정책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구미현씨는 2023년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배당 총액 456억원을 요구했다. 당시 막판 배당안을 철회했지만, 구 부회장 재임 기간 축소된 배당을 두고 의견 충돌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매각설 등 내부 술렁, 노조 반발도
아워홈의 주총 이후 내부 분위기는 술렁이고 있다.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구미현씨와 이영렬 전 한양대 의대 교수는 그동안 경영에 참여를 하지 않았던 만큼 경영 참여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이유다. 매각설까지 나오고 있어 우려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워홈은 지난해 실적 면에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연결기준 각각 1조9835억원, 943억원으로 전년 대비 8%, 76%가 늘었다. 코로나19 등 경영악화 요인으로 창사 이후 첫 적자 기록 이후 3년 만에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이다.
아워홈은 구 부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6월 전 임시 주총을 열 것으로 보인다. 자본금 10억원 이상의 기업은 사내이사가 최소 3인 이상이어야 하지만, 현재 사내이사를 두 명밖에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 부회장 지난 17일 진행된 주총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워홈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특별히 언급할 내용은 없다"면서도 "유관부서에서 대응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고, 정리와 검토 작업 이후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노총 아워홈 노동조합은 최근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지난 23일 성명서를 통해 "회사 성장을 위해 두 발로 뛰어야 하고 모범을 보여야 할 대주주 오너들은 사익을 도모하고자 지분매각을 매개로 손을 잡고 아워홈 경영과 고용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며 "회사 성장에 관심이 없고 본인의 배만 불리는 구본성 전 부회장은 대주주로서 자격이 없고, 경영에 무지한 구미현, 이영렬 부부는 이사직 수용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규탄했다.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