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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따라 한들한들, 강 따라 살랑살랑… 행복 가득 봄 길 어디가 좋을까

봄바람이 살랑거린다. 봄꽃 사이를 걷고, 뛰고, 놀고 싶은 건 남녀노소 한마음이다. 그래도 사람이 북적이는 건 싫다. 사람에 치여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지 못하는 봄 길은 더 이상 길이 아니다. 한적한 곳을 원하는 게 아니다. 적어도 사람보다 봄꽃이 많아야 제대로 된 봄을 느낄 수 있다면 올해 봄나들이는 '성공적'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가볼 만한 봄 길 중에서 몇곳을 추렸다. 강을 따라 흐르는 꽃잎을 볼 수 있고, 이름 모를 봄꽃이 반기는 그런 곳이다. 갈수록 짧아지는 봄이니 지금 당장 떠나보자.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아름답고, 여운은 긴 곳이다.

▶ 낭만의 경춘선 '춘천 강촌레일파크'

MZ세대가 공감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MZ세대의 관심을 끌 만한 스토리를 품고 있는 경춘선은 유독 봄이 아름다운 곳이다. 경춘선의 봄을 느끼려면 강촌레일바이크로 발길을 옮겨보자. 옛 경춘선은 무궁화호가 덜컹거리며 낭만을 싣고 달리던 길이다. 그 기찻길을 이제 레일바이크가 달린다. 강촌레일파크는 옛 경춘선 일부 구간을 이용한 두 개의 노선과 세 개의 출발역이 있다. 출발역을 기준으로 김유정 레일바이크와 가평 레일바이크, 경강 레일바이크로 구분한다. 김유정 레일바이크는 전체 8.5km 코스로 레일바이크로 6km 지점 낭구마을까지 간 뒤 낭만열차로 갈아타고 옛 강촌역까지 간다. 강촌역에서는 셔틀버스를 이용해 출발점인 김유정역으로 돌아온다. 코스 중간 나타나는 네 개의 터널과 낭만열차를 타고 즐기는 북한강의 풍경이 코스의 백미다. 가평 레일바이크는 경강역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왕복 8km 코스로 전동레일바이크가 사용된다. 30m 높이의 북한강철교를 따라 강을 건너 느티나무 터널과 벚꽃 터널을 지나면 경강역에 다다른다. 잠시 휴식 시간이 주어지는 동안 간이역 감성 가득한 경강역에서 여행의 추억을 사진에 담아보자. 경강역은 영화 '편지'와 드라마 '바람이 분다'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경강 레일바이크는 반려견과 함께 즐기는 펫 바이크도 이용할 수 있다. 주변에 흐르는 강물은 봄의 여유로움을 품고 있다.

김유정역 맞은편에는 김유정문학촌이 조성돼 있다. 1930년대 활동했던 작가 김유정의 생가와 전시관, 체험 공간이 있다. 옛 백양리역은 과거 경춘선 간이역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대합실에 걸린 열차 시간표와 운임표, 역장의 제복과 모자는 아날로그 시대의 추억을 소환한다.

▶봄과 발맞춤, 단양 선암골생태유람길

충북 단양의 선암골생태유람길은 단양 느림보유람길의 1구간으로, 선암계곡을 따라 걷는 14.8km의 산책코스다. 남한강의 지류인 단양천을 따라 화강암과 사암이 아름다운 경관을 이룬다. 단양팔경으로 꼽히는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이 차례로 등장한다. 봄을 느끼기엔 이만한 곳이 없다. 신선이 이 세 곳 암반지대의 절경에 취해 노닐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명소는 나만의 봄 여행에 스토리를 더한다. 자연휴양림과 펜션, 오토캠핑장 등 숙박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춘 점도 장점이다. 이 밖에도 소선암, 은선암, 특선암 등 길 따라 만나는 절경에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봄에는 새색시의 발그레한 뺨처럼 아름다운 진달래와 철쭉이 풍성하다.

중선암에서 약 1km 남짓 걸으면 단양의 명산 도락산과 월악산국립공원 단양분소가 나온다. 국립공원 정보도 얻고 잠시 쉬어갈 장소로 제격이다. 봄을 만끽할 준비가 됐다면 선암계곡 물길을 거슬러 걷다 보면 봄기운에 흠뻑 취한다.

단양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만천하스카이워크에 오르면 단양 읍내, 남한강, 소백산, 금수산, 월악산까지 눈에 넣을 수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민물고기생태관인 다누리아쿠아리움에선 단양의 비경을 배경으로 한 수조를 만난다. 태고의 신비를 느낄 석회동굴인 고수동굴도 놓칠 수 없는 단양의 여행지다.

▶ 봄날의 정취, 임실 사선대국민관광지

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전북 임실이다. 산이 많고 물이 많아 봄의 전령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방을 에워싸고 있는 산의 신록, 섬진강의 개나리와 옥정호의 물안개는 겨우내 잿빛이었던 마음을 화사한 설렘으로 물들인다. 해발 430m의 성미산과 섬진강 상류인 오원천이 한 폭의 그림처럼 조화를 이루는 사선대는 봄날의 정취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관촌면 관촌리에 자리한 사선대는 임실 주민의 오래된 휴식 공간이자 전국에서 꾸준히 방문객이 드나드는 임실 대표 명승지다. 사선대란 '네 신선이 노닌 곳'이라는 뜻을 품은 곳이다.

지금으로부터 2000여 년 전 임실 운수산의 두 신선과 진안 마이산의 두 신선이 관촌지역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유유자적 머물렀다고 전해진다. 사선대 위쪽 언덕에 보이는 운서정은 일제강점기 당시 우국지사가 모여 나라 잃은 한을 달래던 곳이며, 운서정 주변의 덕천리 가침박달 군락은 중부 이남 지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야생 수목이 자라는 곳이다. 지난 3월 1일 재개장한 붕어섬생태공원(옥정호출렁다리)는 임실을 상징하는 신비의 호수인 옥정호를 조망하는 생태공간이니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산강의 탐험, '나주 영산강둔치체육공원'

나주에 많은 여행지가 있겠지만, 체육공원을 먼저 소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열린 공간으로서 누구든 편안하게 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나주 영산강둔치체육공원은 영산포 일대를 아우르는 나주시민들의 쉼터다. 영산교와 영산대교 아래 위치한 약 13만㎡ 너비의 공원으로 축구장, 인라인스케이트 트랙 등을 갖췄으며 전용 주차장이 있어 접근성도 빼어나다. 봄에는 유채꽃이 공원을 물들인다. 영산교 위에서 보면 노란색의 거대한 카펫이 펼쳐진다. 특히 동섬은 영산강의 작은 섬으로 한층 호젓하고 낭만적이다. 유채꽃이 만개하는 철을 놓쳤다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황포돛배 체험과 자전거 타기는 영산강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영산강 황포돛배 체험은 영산교 남쪽 영산포선착장에서 출발해 한국천연염색박물관선착장 구간을 왕복 약 50분 동안 유람한다. 영산포선착장의 영산포 자기수위표(국가등록문화재) 또한 볼거리다. 영산교 북쪽 교각 아래는 자전거무료대여센터가 있다. 신분증만 있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인근에는 영산포철도공원이 있다. 영산포역사문화체험관과 레일바이크 등 무료 체험 시설이 많다. 고샅길은 옛 나주읍성 주변을 유유자적하며 산책할 수 있는 코스다. 빛가람호수공원과 전망대는 나주혁신도시의 대표 휴식처와 랜드마크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