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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연속 LCK 결승에서 만난 젠지와 T1, 라이벌 구도가 만든 시너지 효과

'또 다시 만난 그대!'

3년째 똑같은 구도, 이쯤되면 지겨워질 법도 하다. '고인물'이란 얘기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해 얼만큼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는지를 안다면 그런 말은 쏙 들어갈 것이다.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결승에서 지난 2022년부터 3년째, 5시즌 연속 만나는 젠지와 T1이 그 주인공이다.

▶운명적인 맞상대

젠지와 T1은 LCK, 그리고 전세계 'LoL' e스포츠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다.

지난 2020년과 2022년 미국 포브스(Forbes)가 발표한 전세계 e스포츠 구단 가치 평가에서 연속 상위 10위안에 포함된 것도 LCK에선 두 팀밖에 없다. 물론 T1이 SK텔레콤과 미국 컴캐스트가 합작해 만들었고, 젠지는 카밤 창업자 출신인 케빈 추를 중심으로 북미 자본이 중심이 된 구단이라 당연히 서구권 관점에선 고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만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기에 지금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난 2017년 롤드컵(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을 제패한 삼성 갤럭시를 인수해 재탄생한 젠지가 LCK 출범부터 부침은 있었지만 최강을 구가하던 T1과 본격적인 라이벌 구도에 접어든 것은 지난 2022년 스프링 시즌부터이다. 이에 앞서 두 팀은 2020년 스프링 시즌에서 정규리그 1~2위에 이어 결승에서 맞붙은 적이 있었지만 이후 깜짝 등장한 담원 기아(현재 디플러스 기아)에 밀려 3개 시즌에선 결승 무대를 함께 서지 못했다.

2022년 스프링 시즌에서 T1이 초유의 정규리그 18전 전승을 거둔 후 결승에서도 젠지를 3대1로 꺾으며 LCK 통산 10회 우승째를 거뒀지만, 이후 3개 시즌 연속 젠지에 가로막히고 있다. 젠지는 그해 서머 시즌 결승에서 T1을 3대0으로 꺾고 팀 재창단 후 첫 LCK를 제패한 기세를 몰아, 2023년 스프링과 서머 시즌 결승에 각각 3대1과 3대0으로 T1을 돌려세웠다.

이 가운데 특히 2023년 서머 시즌이 가장 흥미로웠다. 젠지는 정규리그 16승2패를 기록, 17승1패를 올린 KT롤스터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플레이오프에 오른 반면 T1은 팀의 구심점인 '페이커' 이상혁의 부상으로 믿기 힘든 5연패를 당하며 크게 흔들리다가 9승9패로 겨우 플레이오프에 합류하며 두 팀의 결승 구도는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T1은 정규리그 1위 KT를 플레이오프에서 2번이나 3대2로 물리치며 끝내 결승 무대에 올랐다.

이번 스프링에서도 T1은 '디도스 공격'이라는 악재로 인해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한화생명e스포츠에 0대3의 완패를 당했지만, 이를 딛고 최종 결승 진출전에서 다시 만난 한화생명을 3대1로 꺾으며 5연속 젠지와의 결승 구도를 완성시켰다. '운명의 맞상대'인 셈이다.

▶서로의 존재감 덕에 시너지 효과

국내에선 젠지가 LCK 최초 4연속 우승에 도전하면서 한발 앞서 있는 상황이지만, 국제 무대로 눈을 돌리면 T1의 독주세이다.

T1은 지난해 서머 시즌에서 젠지에 0대3으로 완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그쳤지만, 바로 이어진 롤드컵에서 LPL(중국) 3개팀을 연달아 물리치는 엄청난 기세로 역대 4번째 우승컵을 차지했다. 반면 젠지는 삼성 갤럭시 시절 2회 우승을 제외하곤 지난 2021년과 2022년 연속 4강에 머물렀고, 지난해에는 8강에서 패퇴하는 등 LCK 최강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지 못하고 있다.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서도 T1은 각각 두 차례 우승과 준우승을 기록중이지만, 젠지는 지난해 첫 출전을 해서 4위에 그친 바 있다. '내수용' 팀이란 오명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승 결과와 상관없이 젠지와 T1은 올해도 2년 연속 MSI에 한국 대표로 함께 나서 홈팀 중국과 맞선다. MSI는 5월 1일 개막한다.

이처럼 T1은 LCK에서 젠지를 타깃으로, 젠지는 국제 대회에서 T1을 타깃이자 롤모델로 삼으며 서로를 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혹은 국제 대회에서 각자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원동력이 바로 라이벌이란 '존재감' 때문이다. LCK에서 이 양대 산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팀이 빨리 나오기를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