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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레전드 맞지' 챔스리그 티켓+생애 첫 도움왕+득점왕 어게인. SON은 세 마리 토끼를 쫓는다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세 마리 토끼'가 토트넘 홋스퍼의 '캡틴' 손흥민(32) 앞에 놓여 있다. 조금만 더 힘을 내 손을 뻗으면 모두 잡을 수도 있을 것만 같다. 팀의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 확보와 생애 첫 도움왕 등극. 그리고 나아가 두 번째 득점왕까지.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시즌 막판 손흥민의 거침없는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손흥민이 특유의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팀의 귀중한 승리에 힘을 보탰다. 손흥민은 8일 새벽 2시(한국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2라운드 홈경기 노팅엄 포레스트전에 원톱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격해 3대1로 승리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날 토트넘은 전반 15분만에 상대 자책골로 리드했지만, 전반 27분에 나온 노팅엄의 역습에 휘말려 1-1로 전반을 마쳤다. 하지만 후반에 미키 판 더 펜과 페드로 포로의 연속 골이 터지며 결국 최종스코어 3대1로 승리하며 승점 3점을 보탰다.

▶SON의 발에서 비롯된 4위 탈환

이런 역전승의 바탕에는 손흥민의 맹활약이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날 손흥민은 슛 욕심을 자제하고, 동료들에게 먼저 기회를 제공하는 스타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실제로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슛은 2회 밖에 시도하지 않았다. 두 번째 슛은 후반 40분에 나왔다. 슛 찬스가 아예 없던 건 아니다. 욕심을 앞세웠다면 슈팅 횟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이 꼭 해결해야 만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슛을 하기보다는 더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들에게 패스를 시도했다. 이런 플레이가 토트넘의 역전승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손흥민의 이타적인 플레이가 2번이나 골의 시발점이 됐기 때문이다.

우선 전반 15분에 나온 노팅엄의 자책골 장면을 보자. 손흥민은 상대 진영 중앙 쪽에서 공을 받은 뒤 직접 돌파에 이은 슛을 시도하지 않고, 왼쪽 측면에서 스피드를 올린 티모 베르너에게 패스했다. 베르너는 스피드를 더 살린 뒤 박스 좌측에서 중앙 쪽으로 낮게 휘어지는 크로스를 올렸다. 손흥민과 베르너의 연계 플레이는 매우 빠르면서도 날카로웠다. 노팅엄 후방 라인을 완전히 흔들어버린 것. 결국 당황한 노팅엄 수비수 무리요가 크로스를 커트하려고 발을 뻗었다가 자책 골을 만들고 말았다.

이어 후반 8분에 터진 판 더 펜의 결승골 역시 손흥민이 차린 밥상에서 나온 것이었다. 손흥민은 페널티 박스 정면 쪽에서 공을 잡았다. 여러 선택지가 눈 앞에 있었다. 직접 드리블로 박스 돌파, 혹은 드리블 방향 전환 후 벼락 슈팅, 아니면 더 좋은 위치의 동료에게 패스. 손흥민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망설임없이 3번 선택지를 골랐고, 왼쪽에 있던 판 더 펜에게 패스했다.

현재 토트넘에서 대표적인 'SON바라기' 중 한 명인 판 더 펜은 손흥민의 패스 의도를 100% 살려냈다. 가벼운 트래핑으로 공의 위치를 재조정한 뒤 곧바로 강력한 왼발 슛을 날렸다. 노팅엄 골키퍼가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지켜봐야 했던 골이었다. 이번에는 손흥민의 도움이 기록됐다. 이로써 손흥민은 홈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2골, 1도움)이자 시즌 9호 도움을 기록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날 양팀 합쳐 터진 4골 중 2골에 손흥민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이다.

▶'이타적인 SON', 이번엔 도움왕 보인다

손흥민이 이번 시즌들어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많은 역할을 맡아 훌륭히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리 케인이 떠난 뒤 비어버린 팀의 최전방 스트라이커 자리를 훌륭히 대신 맡았고, 또한 '캡틴' 완장까지 차면서 특유의 겸손한 자세와 친화력으로 라커룸 분위기를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

손흥민을 '캡틴'이자 '원톱'으로 임명한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역시 이러한 손흥민의 이번 시즌 업적에 200% 만족감을 표시하며, 자신은 당연한 선택을 망설임없이 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이타적인 모습은 득점 못지 않게 도움에서도 드러난다. 이날 1개의 도움을 추가하며 손흥민은 시즌 9호 도움을 기록해 도움 순위에서 공동 4위 그룹에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도움 순위 1위 그룹과의 차이는 불과 1개 밖에 나지 않는다. 파스칼 그로스(브라이턴), 키어런 트리피어(뉴캐슬), 올리 왓킨스(애스턴빌라) 등 3명이 10개로 공동 선두그룹을 만들었다. 손흥민은 레온 베일리(애스턴빌라)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콜 팔머(첼시) 페드루 네루(울버햄튼) 등을 포함해 5명과 함께 공동 4위 그룹이다.

때문에 잔여경기에서 손흥민의 활약도에 따라 리그 도움 1위 등극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도움왕은 아직까지 손흥민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다. 2021~2022시즌 득점왕을 차지하긴 했어도 도움왕은 해본 적이 없다. 때문에 팬들의 기대감은 더욱 커진다.

▶멀게 보이는 세 번째 목표, '어게인 득점왕?'

토트넘의 챔피언스리그 진출과 손흥민의 생애 첫 도움왕 등극은 현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면, 성사 가능성이 꽤 높다. 토트넘은 이미 노팅엄전 승리로 챔피언스리그 진출 마지노선인 4위를 탈환했다. 게다가 4위 경쟁자인 애스턴빌라보다 1경기를 더 남겨놓고 있어 막판 승점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팀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이대로 4위를 굳힐 가능성이 크다.

생애 첫 도움왕 타이틀 역시 성취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볼 만 하다. 여전히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 토트넘의 전력과 승리에 대한 집중력, 그리고 자신의 골보다 팀 승리를 먼저 생각하는 'SON캡'의 이타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고려하면 남은 경기에서 도움을 추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전망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성취 외에도 손흥민의 눈 앞에 놓여 있는 타이틀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개인 두 번째 EPL 득점왕'이다. 비록 이날 골을 넣지 못했지만, 손흥민은 여전히 경쟁권에 있다. 현재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이 19골로 선두, 올리 왓킨스(18골, 애스턴 빌라)가 2위다. 이어 도미닉 솔란케(본머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콜 팔머(첼시)가 나란히 16골로 공동 3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손흥민은 15골로 공동 6위지만, 실제 골 차이는 4골이다. 남은 경기에서 한 두 번만 멀티골을 터트린다면, 충분히 순위 역주행을 통한 1위 등극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아스널과 리버풀을 제외하면 모두 토트넘보다 순위가 낮은 팀과의 대결만 남아있다. 이 중에는 강등권인 번리(19위), 셰필드(20위) 전도 있다. 손흥민의 막판 몰아치기 득점이 나올 수 있는 조건은 갖춰진 셈이다. 과연 손흥민이 시즌 막판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