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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이 가는 길은 역사가 된다, 토트넘 비유럽 선수 최초 400경기 출전 '리빙 레전드' 우뚝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손세이셔널' 손흥민(32·토트넘)이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손흥민은 3일 오전 4시15분(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햄과의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1라운드에서 선발 출전해 90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날 경기는 손흥민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400번째 경기였다. 토트넘 구단 역사상 14번째 기록으로, 비유럽 선수로는 최초다.

토트넘은 특별 영상을 제작해 손흥민의 업적을 기념했다. 3일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손흥민이 400경기를 치르면서 달성한 기념비적인 장면을 모은 애니메이션을 공개했다. 손흥민의 트레이드 마크인 찰칵 세리머니에서 고안해 한 컷, 한 컷 사진을 찍듯 특별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데뷔골이었던 2015년 유로파리그 카라바흐전, EPL 데뷔골이었던 크리스탈팰리스전,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 개장 첫 골, 푸스카스상을 받았던 번리전 득점, 아시아 선수 최초 골든부트 수상 등이 담겼다. 한글로 '사백'이라고 적는 세심함까지 더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리빙 레전드'로 손색이 없다. 손흥민은 2015년 여름 당시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이적료였던 3000만유로에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에 입단했다. 첫 시즌이었던 2015~2016시즌 다소 부침이 있었던 손흥민은 다음해인 2016~2017시즌부터 맹활약을 펼쳤다. 해리 케인-델레 알리-크리스티안 에릭센과 함께 DESK라인을 구축한 손흥민은 특유의 빠른 스피드와 강력한 슈팅을 앞세워 토트넘 공격의 한축을 담당했다. 2016~2017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8시즌 연속으로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1992년 EPL 출범 후 8시즌 연속 10골 이상을 넣은 선수는 단 7명에 불과하다. 웨인 루니, 프랭크 램파드, 세르히오 아게로, 해리 케인, 티에리 앙리, 사디오 마네 등과 같은 레전드만 갖고 있는 기록이다.

손흥민은 2021~2022시즌 역사까지 썼다. 23골을 터뜨리며,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득점왕을 거머쥐었다. 이영표 전 강원 대표가 "인류가 달에 발을 들였던 것처럼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했을 정도로 놀라운 사건이이었다. 손흥민의 활약 속 토트넘은 중소 클럽에서 벗어나 빅클럽 반열에 올랐다. 토트넘은 2016~2017시즌 리그 준우승을 차지했고, 2018~2019시즌에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유럽챔피언스리그(UCL) 결승 진출을 이뤄냈다. 토트넘은 이제 EPL에서도 꾸준히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출전을 노릴 수 있는 수준의 구단으로 성장했다.

손흥민은 이러한 활약을 인정받아 올 시즌 토트넘의 대표로 자리매김했다. 위고 요리스, 케인이 떠나며 공석이 된 토트넘 주장직에 손흥민이 임명됐다. 손흥민은 역대 두번째 한국인 EPL 주장이 됐다. 손흥민에 앞서 EPL에서 가장 먼저 정식 주장으로 임명된 한국인은 박지성 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다. 박 디렉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이적한 퀸스파크 레인저스(QPR)에서 2012~2013시즌 공식적으로 주장직을 맡았다. 그 이후 11년만에 코리안 캡틴이 탄생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 최전방으로 위치를 옮겨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팀의 간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EPL 사무국이 선정하는 이달의 선수상도 차지했다. 통산 4번째 수상이었다. 손흥민은 앨런 시어러, 티에리 앙리, 데니스 베르캄프, 프랭크 램파드 등과 함께 수상 횟수 동률을 이뤘으며, 손흥민보다 이달의 선수상을 더 많이 수상한 선수는 이제 단 6명(세르히오 아구에로, 해리 케인, 스티븐 제라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로빈 판페르시) 뿐이다.

더 놀라운 것은 손흥민이 계속해서 역사를 바꿀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21세기에 400경기 이상 뛴 선수는 위고 요리스(447경기)와 해리 케인(435경기) 뿐이다. 손흥민은 올 여름 토트넘과 계약을 연장할 것이 유력한만큼, 21세기 구단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뛴 선수로 등극할 날이 머지않았다. 여기에 손흥민은 지난달 31일 루턴 타운전에서 토트넘 통산 160번째 골을 기록, 케인(280골), 지미 그리브스(266골), 바비 스미스(208골), 마틴 치버스(174골)에 이어 토트넘 역대 득점 5위에 올랐다. 지금과 같은 페이스라면 머지않아 치버스의 기록을 넘을 수 있다.

이날 손흥민은 아쉽게도 대기록을 자축하지 못했다. 날카로운 슈팅과 키패스 등을 연신 날리며 맹활약을 펼쳤지만, 아쉽게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토트넘은 1대1 무승부에 그쳤다. 토트넘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브레넌 존슨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하지만 전반 19분 코너킥 세트피스에서 퀴르 주마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승점 1점을 추가하는데 그친 토트넘은 승점 57점을 기록, 5위를 유지했다. 4위 애스턴빌라(승점 59)와의 승점 차는 2점이다. 애스턴빌라는 4일 오전 4시15분 원정에서 맨시티와 31라운드를 치른다.

손흥민은 경기 후 400경기가 아닌 팀에 대해 이야기 했다. 주장 답게 무승부에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빅4 경쟁'에 대해 "쉽지 않다. 이런 기회를 자꾸 놓쳐면 안된다. 좋은 경기를 했지만 사실 이렇게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좀 아쉬운 부분들이 좀 있었다"며 "이런 실수들을 계속해서 반복하지 않아야 된다. 계속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 팀의 색깔이고 앞으로의 계획이기 때문에 더 잘 해나가고 더 강한 모습으로 돌아와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