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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헬스칼럼] 여군 군화에 구멍이 뚫린 이유

"군의관님! 이것 좀 봐 주세요."

정형외과 전공의를 수료하고 육군 수도방위 사령부 내 특공대로 자대 배치되어 복무할 때의 일이다. 부대 내 여자 부사관이 필자에게 진료를 보러 와 다급하게 말했다. 여자 부사관은 독거미부대 소속인데, 독거미부대는 여자로만 구성된 전투부사관이 유명한 부대다. 예전 군부대를 소개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레펠(로프에 특정 장비를 결합하거나 로프만을 이용해 벽면을 신속하게 내려오는 기술)을 하면서 시내 총격전을 하는 멋진 모습이 나오기도 했던 부대다.

그 여군은 발이 아프다며 나를 찾았다. 보통 발 환자들은 신발을 잘 벗으려 하지 않는다. 환부를 의사에게 보여주는 것은 진료의 기본인데, 발이 더럽고 냄새가 난다는 인식 때문인지 선뜻 의사에게 보여주기를 망설이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필자는 여자 부사관의 환부를 보지 않고도 병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군화 양쪽 바깥쪽에 동그랗게 구멍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왜 군화에 구멍이 났을까?

신발은 기본적으로 외부 충격으로부터 우리 발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발을 따뜻하게 해주고, 이물질(물, 가시 등)이 발에 들어오는 것도 막아준다. 군화는 특히 기능성이 강조된 신발로 발등 쪽이 딱딱해 무거운 물체가 발등에 떨어졌을 때 방어막이 되며, 전투 시에 발차기 공격에 힘을 실어준다. 그런데 그 딱딱한 발등 바깥쪽에 500원짜리 크기의 구멍이 나 있었다.

군화에 구멍이 난 이유는 소건막류라는 족부질환 때문이다. 소건막류는 새끼발가락의 중족골이 바깥쪽으로 벌어지고, 발가락은 안쪽으로 휘면서 관절부위가 튀어나오면서 염증이 생기고, 튀어나온 부분이 신발에 부딪히면서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어찌나 통증이 심한지 여군이 뼈가 닿는 신발 부위를 잘라내 구멍이 난 것이다.

소건막류는 엄지발가락의 중족 족지 관절이 발 내측으로 튀어나오는 무지외반증의 작은 형태라고 볼 수 있다. 큰 범주에서 소건막류와 무지외반증은 같은 종류의 질환인데, 필자의 경험으로는 소건막류 환자들이 훨씬 더 아파하는 것 같다. 무지외반증은 각도변형이 엄청 심해도 전혀 아파하지 않는 환자들이 많은데, 소건막류는 변형이 작고 염증이 약간 있는 정도여도 환자들은 매우 고통스러워하고 수술받기를 원한다. 부종과 염증이 있는 새끼발가락 부위에 손만 살짝 대도 발을 피하며 아파한다.

필자도 어릴 적 멋있는 신발이나 구두를 새로 사서 하루 종일 신은 뒤 새끼발가락이 붓고 아파서 고생했던 경험이 있다. 신발은 바꾸면 그만이지만, 내 뼈의 변형으로 그런 통증이 지속된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 군화에 구멍을 내서라도 통증을 줄이려고 했던 여군의 고통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다.

치료는 간단하다. 소염진통제나 발볼이 넓은 신발로 교체해서 지내보고 효과가 없다면 수술을 시행한다. 수술은 간단하게 튀어나오는 뼈를 갈아내고, 절골술로 새끼발가락 족골두를 발 안쪽으로 밀어 넣어 고정하여 신발이 자극하지 않도록 해준다.

요즘에는 길게 피부를 절개를 하지 않고, 작은 나사 구멍 하나만으로도 수술이 가능하다. 수술 후에는 샌들형 신발 보조기를 신고 바로 걸어 다닐 수 있으며, 한두 달이 지나면 일반 운동화를 신을 수 있다. 게다가 소건막류는 가끔씩 재발되는 무지외반증에 비해서 재발이 거의 없다. 또한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으니, 소건막류로 통증이 생기면 혼자 고통을 참지 말고 병원을 찾기 바란다. 도움말=힘찬병원 족부클리닉 서동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